휠체어 타도 안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2.12.12. 14:30

수정일 2023.11.08. 14:32

조회 3,698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미용서비스를 받고 있는 모습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미용서비스를 받고 있는 모습 ©강사랑

"그동안 미용실 가는 게 정말 불편했어요.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미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장애인 전용 미용실 '헤어까페 더휴'에서 머리 펌 시술을 받은 한 시민의 소감이다. 뇌병변 장애가 있어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시민은 그동안 일반 미용실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용실이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무척 불편할 뿐더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에도 이곳을 방문할 생각"라고 말하며 "이처럼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자리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까페 더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자리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까페 더휴' ©강사랑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문을 연 '헤어까페 더휴'는 노원구가 조성하고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노원구의 장애인 인구는 2020년 기준 등록장애인수 2만 7,000여 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많다. 그간 지역 복지관에서 장애인 미용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 커트 위주의 서비스이고 샴푸 시설도 없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원구는 2021년 12월 전국 최초로 '서울특별시 노원구 장애인 친화 이·미용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사업 근거를 마련하고 올해 10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까페 더휴'를 선보였다.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미용실 내부 전경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미용실 내부 ©강사랑

노원구 관계자에 따르면, '헤어까페 더휴'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실제로 시설을 둘러보니 미용실 곳곳마다 장애인의 편의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우선 미용실 입구에 문턱이 없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자동문 앞에는 노란색 점자 블록이 깔려 있다. 입구를 지나치면 전동휠체어 충전기가 한켠에 자리잡은 것을 볼 수 있다. 휠체어에서 미용의자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장애인 이동 리프트도 눈에 띈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등에는 안전 보조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좌) 점자블록, (우) 전동휠체어 충전기
(좌) 점자블록, (우) 전동휠체어 충전기 ©강사랑

이곳엔 일반 미용의자보다 넉넉한 사이즈의 미용의자가 설치돼 있고. 미용의자 바로 옆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샴푸대가 함께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머리를 감으러 샴푸실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반대편 공간에는 붙박이 침대가 설치된 탈의실도 자리했다. 뇌병변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기저귀를 교체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용의자에 샴푸대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미용의자에 샴푸대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강사랑

미용실 한쪽에는 아담한 미니 카페가 자리하고 있는데, 장애인과 동반 보호자가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 단순히 미용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쉬면서 교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한 점이 눈에 띈다. 미용실에 사회복지사 1명을 상주하게 하고, 미용사에게 장애인식 교육을 이수하게 한 것도 장애인들의 이용 편의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미용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붙박이 침대가 설치된 탈의실
붙박이 침대가 설치된 탈의실 ©강사랑

취재 당일 미용실에서 만난 시각장애가 있는 한 시민은 오랜만에 머리 염색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예약을 하고 방문했기에 대기하는 시간 없이 바로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며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등 미용 서비스를 받는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장애인들만 예약이 가능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게 제일 좋다"라고 말했다. 또한 "복지관에서 미용 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설도 이용하기 편리하고 미용실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다"며 "주변에 열심히 소문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을 이용하면서 혹시라도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시력이 무척 나쁘기 때문에 잘 보지 못한다"라며 "미용실 간판이 좀 더 눈에 띄도록 만들어졌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실은 도착하고도 미용실 외관을 찾지 못해서 조금 헤맸다"고 말했다.
머리 염색을 받는 장애인 이용자 모습
머리 염색을 받는 장애인 이용자 모습 ©강사랑

'헤어까페 더휴'의 이용 가격은 일반 미용실에 비해 50% 가량 저렴하다. 장애인의 생활편의와 권리 증진을 위한 사업임을 고려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커트는 남녀 공통 6,900원, 펌은 1만 9,000원, 염색은 1만 5,900원, 열펌은 3만 9,000원, 클리닉은 2만 2,000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대상자는 저렴한 이용료에 추가로 50% 감면서비스까지 적용된다.

이용대상은 노원구 등록 장애인으로 전화(02-932-8389) 또는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사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화·목·금·토요일 10시부터 19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수요일, 공휴일은 휴무이다. 미용실 관계자는 "저희 미용실을 이용하시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에요. 물론 부득이한 경우 당일 현장에서 예약하고 미용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어요. 물론 미리 예약하신 분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머리 펌 시술을 받고 있는 장애인 이용자
머리 펌 시술을 받고 있는 장애인 이용자 ©강사랑

'헤어까페 더휴'가 입소문을 타면서 노원구에서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2호점을 내달라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서울의 다른 지자체에서 노원구의 사례를 본받아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만들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기 전 또 한 명의 장애인 손님이 휠체어를 타고 미용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미용실 간판을 보고 들어와서 장애인 가족이 있다고 밝히며 예약을 잡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헤어까페 더휴'는 노원구 유일이자 서울시 유일의 장애인 친화 미용실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었다.

오늘 만난 장애인 이용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말한 소감이 있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미용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장애인 이용자들의 서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노원구의 '헤어까페 더휴'가 본보기가 되어 서울시 곳곳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많이 생겨나길 고대해본다.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까페 더휴'

○ 주소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243길 49 씨에스빌딩 1층
누리집(홈페이지)
○ 문의 : 02-932-8389

시민기자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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