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의 오두막'에서 놀아요! 11미터 '나무 놀이터'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06.02. 13:22

수정일 2021.06.02. 13:24

조회 4,084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언젠가 타임지에서 다른 주제였다. 2위는 아이를 목욕시킨 후 엄마의 모습이었고, 1위는 모래성을 쌓은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고사리 손을 움직여 모래성을 쌓는 모습이 이렇게 행복한 모습이라니! 대부분의 놀이터가 우레탄 바닥으로 바뀐 현실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도 모래놀이터는 곳곳에 존재한다.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이색 놀이터 ‘벌말어린공원’을 소개한다. 
톰소여의 모험에 등장할 것만 같은 나무놀이터다.
톰소여의 모험에 등장할 것만 같은 나무놀이터다. ⓒ박은영

번동초등학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벌말어린이공원은 나무놀이터로 더 유명하다. 인터넷으로 먼저 봤을 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톰 소여의 모험’ 같은 동화가 떠올랐다. 사진으로만 봐도 흥미로운 벌말어린이공원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벌말어린이공원 앞 대각선 횡단보도
벌말어린이공원 앞 대각선 횡단보도 ⓒ박은영

번동초등학교 교차로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것은 횡단보도다. 보행자 중심의 대각선 횡단보도가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돕고 있었다. 벌말어린이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 상상 속에 그리던 숲속의 작은 요새같은 세상이 펼쳐졌다. 벤치에는 얘기를 나누시는 어르신들과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를 찾은 엄마들이 자리했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나무가 연결돼 놀이터가 된 벌말어린이공원
두 개의 나무가 연결돼 놀이터가 된 벌말어린이공원 ⓒ박은영

벌말놀이터의 상징인 커다란 나무놀이터는 거대한 두 개의 나무를 연결해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연령대에 따라 이용하도록 높이가 다른 두 개의 미끄럼틀도 조성됐다. 그 규모가 크고 시설이 다양한 만큼 그물로 만든 펜스로 안전 관리에 더욱 철저한 모습이었다.
벌말어린이공원 내 미끄럼틀
벌말어린이공원 내 미끄럼틀 ⓒ박은영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은영

나무놀이터 한쪽에는 꽤 규모가 큰 모래놀이장도 자리했다. 간단하게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도 바로 옆에 있어 손 씻기에 좋고, 물을 떠서 바닷가 모래사장 마냥 모래성을 쌓으며 놀기에도 좋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엄마들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그늘벤치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어르신들이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과 울창한 나무 사이를 산책을 할 수 있는 산책로도 보였다. 
모래놀이터와 나무들에 연결된 놀이기구들
모래놀이터와 나무들에 연결된 놀이기구들 ⓒ박은영

역시 여름엔 물놀이다. 도심 아이들의 여름을 책임지는 바닥분수와 그 곁으로 새로 생긴 물 놀이터가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강북구에 물놀이터가 많지 않아 다른 동네로 원정을 다녔던 터라 이 지역 엄마들이 사이에선 이미 핫한 장소라고 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물놀이장이 되는 바닥분수대
여름이면 시원한 물놀이장이 되는 바닥분수대 ⓒ박은영

나무놀이터와 모래놀이터뿐만 아니라, 잠자리 그네와 뱀 모양의 시소, 거북이, 달팽이 등의 동물 모형의 벤치 등 이 곳 시설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벌말어린이공원은 ‘얘들아 숲에서 놀자’를 테마로 이루어 진 곳이다. 특히 어린이의 상상력을 위한 시설인 11m 높이의 자이언트 나무놀이터는 거북이 되어보기, 거미줄 네트, 버섯 쉼터, 나뭇잎 슬라이드 등으로 꾸며졌다. 벌말어린이공원의 모습은 마스크만 없으면 세상 평화로운 5월의 어느 오후 풍경이었다.
잠자리 그네
잠자리 그네 ⓒ박은영
뱀 모양의 시소
뱀 모양의 시소 ⓒ박은영

이곳 벌말어린이공원은 지진 옥외대피장소이기도 하다. 한쪽에는 매일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장치가 다른 한쪽에는 아이들이 위급한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벨과 CCTV도 설치돼 있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가 느껴졌다. 요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울시공공 와이파이 까치온도 있다. 
공원에서도 사용가능한 까치온
공원에서도 사용가능한 까치온 ⓒ박은영
위급상황 시 관제센터에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벨
위급상황 시 관제센터에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벨 ⓒ박은영

벌말어린이공원은 노후된 어린이공원을 리모델링하는 '서울시 상상어린이공원 조성사업'으로 조성됐다. 단조로운 동네 놀이터를 주제와 특색이 있는 놀이터로 탈바꿈하며 어린이뿐 아니라 주민 소통 공간으로도 널리 사용되면서 동네 명소로 자리했다. 

한편, 서울시는 도시 아이들이 자연을 만끽하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유아숲 체험장’ 조성과 ‘찾아가는 어린이놀이터’, '창의어린이놀이터 만들기' 등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 오고 있다. 

‘유아숲 놀이터’ 사업은 도시의 아이들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서울의 각 산과 공원에 유아숲 체험장을 조성해 순차적으로 개장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어린이놀이터'는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노는 즐거움을 느찔 수 있도록 안전 담당과 놀이도우미들이 놀이도구를 가지고 직접 아이들을 찾아가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에는 서울시가 안전기준 미달이거나 안전기준은 충족했지만 노후한 놀이터를 철거, 창의적·모험적 놀이터로 탈바꿈시키는 ‘창의적 어린이놀이터 만들기 사업’을 착수했으며, 2018년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공립초 39개교에 학생들의 상상이 놀이공간으로 구현되는 '꿈을 담은 놀이터 만들기 지원 사업'을 3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거북이와 달팽이 등의 모형으로 만들어진 벤치
거북이와 달팽이 등의 모형으로 만들어진 벤치 ⓒ박은영

한 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의 두뇌발달을 돕고 싶다면 밖에서 실컷 뛰어놀게 하라고 했다. 미국 보슨턴어린병원에서 9~10세 아동의 신경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나온 결과로, 연구팀은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든지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두뇌 회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사실 어린 시절은 뛰어노는 게 제일 행복할 때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아이들이 이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를, 그래서 모든 부모가 바라는 행복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 벌말어린이공원

○ 위치 : 서울 강북구 번동 235(번동초등학교 맞은편)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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