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부터 G밸리까지 한눈에 'G밸리산업박물관' 문 열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11.11. 13:59

수정일 2021.11.11. 14:00

조회 2,241

국내 최초 산업박물관 'G밸리산업박물관'이 11일 사전오픈했다. ⓒ김윤경
국내 최초 산업박물관 'G밸리산업박물관'이 11일 사전오픈했다. ⓒ김윤경

“5060세대는 과거 향수를 느끼고, 2030세대는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이 G밸리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 좋겠어요. 젊은 세대는 서울에 공업단지가 있었다는 게 생소할 수도 있으니까요.” 

11일, 옛 구로공단의 역사를 기념하고 현재 G밸리까지 반세기 넘는 역사를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산업박물관 ‘G밸리산업박물관(MUSEUM G)’이 첫 문을 열었다. 서남권의 부족한 문화시설을 채울 첫 공공박물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G타워 3층에 들어선 G밸리산업박물관 입구 ⓒ김윤경
G타워 3층에 들어선 G밸리산업박물관 입구 ⓒ김윤경

G밸리산업박물관을 둘러보니, 산업을 소재로 한 박물관이라 좀 고루하지 않을까 싶었던 필자의 우려가 100% 선입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박물관 입구부터 ‘여기가 미술관인가’ 싶을 만큼 강렬한 색상과 그래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존 '구로를 열다'에선 영상을 감상한다. ⓒ김윤경
1존 '구로를 열다'에선 영상을 감상한다. ⓒ김윤경

안으로 들어서면 네 가지 존과 만나게 된다. 먼저 1존 ‘구로를 열다’에서는 커다란 영상 화면이 나온다. 영상을 보면 열차를 타고 무역박람회로 거슬러 간 느낌을 받게 된다. 진행 방향을 따라 2존 ‘구로로 모이다’에 들어서면 수출산업 역사를 볼 수 있다. 
2존 '구로로 모이다'에선 수직으로 확장된 구로공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윤경
2존 '구로로 모이다'에선 수직으로 확장된 구로공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윤경

“이 지도는 손으로 그렸는데요. 지역별로 유명한 걸 표기했는데 잘 보시면 서울에 공장이 보여요.” 
몰랐으면 지나칠 뻔했다. 담당자 말에 벽에 걸린 지도를 자세히 보니, 공장이 보였다. 필자만 해도 서울에 공장이 그려진 게 낯선데 젊은 세대들이 보면 얼마나 생소할까 싶다. 
3존 ‘구로공단에서 G밸리로’는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김윤경
3존 ‘구로공단에서 G밸리로’는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김윤경

3존 ‘구로공단에서 G밸리로’는 박물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별로 정리한 산업유산과 내용이 전시돼 있다. 무엇보다 한강의 기적과 100억 불 수출을 달성한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을 살펴보니 뿌듯함도 느껴진다. 전자산업이 섬유산업을 역전한 시기가 언제인지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한쪽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가발과 인형이 시선을 끈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미키마우스, 세서미 스트리트 등 디즈니 캐릭터 인형을 주문 생산자 방식(OEM)으로 구로공단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구로공단의 상징이었던 인형 검침기나 모피용 재봉틀 등도 볼 수 있다. 
구로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혹은 공단에 자리한 회사의 제품들이다. ⓒ김윤경
구로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혹은 공단에 자리한 회사의 제품들이다. ⓒ김윤경

산업발전 이면에 존재했던 노동자들의 문제와 생활상도 전시했는데, 당시 노동자들의 첫 월급을 비롯해 고된 삶을 엿볼 수 있다. 한 공간에서 산업발전과 그 이면의 모습을 함께 다룬 점이 더 인상적이다. 

“생산량이 적었다고 해요. 돈이 있어도 계약금을 걸고 텔레비전을 구매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담당자가 가리킨 곳에는 ‘TV 계약금 9,000원부터 12개월 장기 월부’라는 광고가 붙어 있다. 
노동자의 삶을 다룬 공간도 함께 마련됐다. ⓒ김윤경
노동자의 삶을 다룬 공간도 함께 마련됐다. ⓒ김윤경

구로공단은 재봉과 가발뿐만 아니라 완구, 제약, 전자, 출판사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울렀던 곳이다. 그렇기에 보는 관람객마다 각기 다른 추억을 떠올릴 것 같다. 필자는 대학생 때 구로공단에 있던 한 출판사에서 전국 고교 모의고사 주관식 채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마지막 4존 ‘미래의 G밸리로’는 영상공간으로 노동자들의 어려웠던 생활들을 엿볼 수 있다. 
옛 단추식 전화기와 다이얼 전화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김윤경
옛 단추식 전화기와 다이얼 전화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김윤경

다시 동선을 따라가면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체험교육,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팩토리 G’부터 구로공단의 대표적 산업유산을 3D 이미지로 보여주는 ‘G밸리 디지털 수장고’, 소장품 등 300건의 구슬 아카이브를 저장한 ‘G밸리 익스플로러’ 등으로 구성됐다. 

필자는 'G밸리 디지털 수장고'에서 3D 이미지로 봉제 인형을 돌려보면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또 'G밸리 익스플로러'에서는 오래 전 공단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구술한 이야기를 짧은 영상으로 만나며 G밸리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살펴보았다.  
다양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라이브러리 ⓒ김윤경
다양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라이브러리 ⓒ김윤경
소장품 등 300건의 구슬 아카이브가 저장된 G벨리 익스플로러 ⓒ김윤경
소장품 등 300건의 구슬 아카이브가 저장된 G벨리 익스플로러 ⓒ김윤경

‘G밸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인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의 이니셜 ‘G’를 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별칭이다.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일자리 집적지이자, 6개 일자리 집적지 중 유일한 공업지역이다. 현재 유동인구가 많은 G타워 3층에 G밸리산업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9층은 교육실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9층 사무실과 교육공간은 향후 운영 예정이다. ⓒ김윤경
9층 사무실과 교육공간은 향후 운영 예정이다. ⓒ김윤경

“여기가 원래 구로정수장이었어요. 작가님이 그걸 고려해 물과 구로가 어우러진 작품을 구상했다고 해요.”
기획전시실에선 G밸리산업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인 <구로, 청춘>의 첫번째 이야기인 ‘내 일처럼’이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박물관 5대 주제 중 올해 주제인 ‘일과 노동’에 관해 다루고 있다. 
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 '구로, 청춘'의 첫번째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 <구로, 청춘>의 첫번째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15분마다 작동하는 이 작품은 정만영 작가의 ‘소리의 바늘’이다. 여러 리코더와 로봇팔이 연결된 작품은 물을 튕기며 수집된 구로의 소리를 전하고 있다. 움직임도 즐겁지만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렇게 구로와 관련한 특별한 공연이나 작품을 둘러보면서 산업박물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해보는 것도 재밌다. 
정만영 작가의 '소리의 바늘' ⓒ김윤경
정만영 작가의 '소리의 바늘' ⓒ김윤경

이밖에 11월 11~12일 온라인에서는 ‘G밸리X세운 조인트 포럼’이 개최된다. 국내외 연구자, 아키비스트, 건축가, 도시활동가, 산업유산 및 건축자산 관련 정책가가 모여 G밸리와 세운 일대의 기록화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 기록의 현장성을 탐구한다. G밸리산업박물관 유튜브세운베타시티센터 유튜브에서 오후 1시 동시 송출되며, 자세한 정보는 베티시티센터 포럼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G밸리산업박물관을 안내하는 표시들이 잘 돼 있다. ⓒ김윤경
G밸리산업박물관을 안내하는 표시들이 잘 돼 있다. ⓒ김윤경

옛 구로공단을 대표하던 완구, 봉제가 G밸리 IT산업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로 이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경공업에서 첨단산업까지 걸어온 길, 그 안의 흐름을 보며 늘 멈추지 않았던 G밸리를 떠올리며 관람을 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박물관 입구에 무료 라커룸이 있어 짐을 맡기고 가뿐하게 돌아볼 수 있으니 이용해 보자.  
구로정수장 부지를 개발해 지난 5월 준공된 G타워(지하 7층~지상 39층) 3층에 박물관이 위치했다. ⓒ김윤경
구로정수장 부지를 개발해 지난 5월 준공된 G타워(지하 7층~지상 39층) 3층에 박물관이 위치했다. ⓒ김윤경

사전 오픈이지만 3층 전시실은 모두 오픈된 상태다. 향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사항을 반영해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옛 구로정수장 부지에 생긴 G밸리산업박물관, 당시 구로공단 일대에 물 공급에 꼭 필요한 존재였듯 G밸리산업박물관이 서남권 문화공간이자 우리나라 산업을 돌아볼 더욱 알찬 박물관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G밸리산업박물관

○ 위치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6길 38 G타워 3층
○ 운영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시간 : 7회(10:00, 11:00, 13:00, 14:00, 15:00, 16:00, 17:00), 자유관람(전시 해설 미운영)
○ 예약방법 : 인터넷(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현장 예약
 - 전시관람 사전예약 바로가기
○ 입장료 : 무료
인스타그램
○ 문의: G밸리산업박물관 02-6734-6900~1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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