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요? 둘러보는 재미가 넘치는 영등포시장 나들이!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03.02. 14:35

수정일 2023.03.02. 18:37

조회 2,889

지하철 노선도를 보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서울에 유명한 전통 시장이 꽤 있지만 시장 이름을 지하철역명으로 하는 곳은 영등포시장역 하나다. 지하철역 이름이 공공시설, 문화유산, 법정 및 행정구역 이름으로 지어지는 게 보편적인 이유이겠지만, 그럼에도 영등포시장이 지역사회에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걷기 좋은 날에 이곳을 찾았다.

서울문화예술철도 1호 영등포시장역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은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여느 곳과는 다르다. 영등포시장역 출구에 가까운 하차 지점에 내리자마자 예술 작품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좌우 계단 중간 벽에 부착된 큰 거울부터 범상치 않아 ‘이게 뭐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옆에 해설이 붙어 있다. 거울처럼 보이지만 예술 작품이다.
플랫폼 갤러리에 설치된 <빅 미러>는 지하철 이용객의 모습을 담은, 움직이는 작품이다. ⓒ박지영
플랫폼 갤러리에 설치된 <빅 미러>는 지하철 이용객의 모습을 담은, 움직이는 작품이다. ⓒ박지영

1996년 개통한 영등포시장역은 '문화예술철도' 1호 시범특화사업을 통해 노후 지하철 역사가 시민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모했다. 지하철은 서울 시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역을 잘 정돈하면 기계적으로 스치는 공간이 아닌,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영등포시장역에 내린 후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작품들을 찾기 위해 좀 더 머물렀다.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 7월 3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시범 운영한 문화예술철도 1호 영등포시장역. ‘시장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꾸며져 낙후되었던 곳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과거 역무실로 사용되다가 오랫동안 비어 있던 유휴 공간과 공실 상가에는 카페와 전시관,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대합실은 지역 마켓이 열리는 공간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옆 벽면은 사람들이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자주, 쉽게 접하게 되는 건 계단 미술관이다. 거울 작품을 포함한 4점의 작품을, 지하 3층부터 5층까지 계단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끈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시민의 삶과 시장 차양막을 상징화한 유재헌 디렉터의 <비비드 스트리트> ⓒ박지영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시민의 삶과 시장 차양막을 상징화한 유재헌 디렉터의 <비비드 스트리트> ⓒ박지영
빠키 작가의 <움직이는 원형들>과 황혜선 작가의 <시장풍경> ⓒ박지영
빠키 작가의 <움직이는 원형들>과 황혜선 작가의 <시장풍경> ⓒ박지영
지하철 영등포시장역에는 문화예술철도관련 홍보물과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박지영
지하철 영등포시장역에는 문화예술철도관련 홍보물과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박지영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은 1985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2021년 '굿 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에서 공간·환경 디자인 부문 우수디자인(GD)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수디자인(GD) 상품 선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디자인이 우수한 상품에 정부 인증 심벌인 GD(Good Design)를 부여하는 제도다.

서울문화예술철도 사업과 관련한 자료는 ‘서울문화예술철도 아카이브북’이란 제목으로 PDF 형태의 파일이 서울교통공사 누리집에 게재되어 있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3년 6개월 동안 진행된 서울문화예술철도 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담은 기록물로, 총 158페이지에는 유휴 공간을 대중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과정을 담고 있다. 자료를 보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무료이니, 다운받아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둘러보는 재미가 넘치는 67년 내공의 영등포전통시장

1956년에 개장한 영등포전통시장은 총면적 18.818 m²의 서남권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은 전통 시장이다. 아직 옛 전통 시장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는 이곳엔 1970년대부터 조성된 삼구상가, 로터리상가, 남서울상가, 제일상가, 동남상가, 영신상가 등 건물형, 상점가, 골목형 시장이 어우러져 있다.

420여 대에 이르는 과밀 매대 수 정비를 통해 보행 편의성을 높여 시장 이미지를 개선했고, 노점 매대를 신규 디자인 매대로 교체해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 등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골목 폭도 넓어 다니기도 편하고 보도 정비도 잘되어 있어 손수레나 유모차, 휠체어 등을 이용하기에도 좋다.
1956년 개장한 영등포전통시장은 건물형, 상점가, 골목형 시장이 어우러져 있다. ⓒ박지영
1956년 개장한 영등포전통시장은 건물형, 상점가, 골목형 시장이 어우러져 있다. ⓒ박지영

볼거리, 먹을거리, 재밋거리가 풍부한 전통 시장이나 보니 다양하게 갖춰진 물건들과 함께  동서남북의 출입문을 통해 만나게 되는 풍경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시장 내 환경 개선이 부분적으로 이뤄져 중앙 통로의 정비된 모습과 각 상가형 및 골목형 시장 입구는 묘하게  각기 다른 시간의 흔적들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공간감을 연출한다. 생활사박물관이나 옛 시대극에서 볼 법한,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간판들도 여전히 있다. 골목을 돌면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그 매력에 빠져 동서남북으로 1시간 남짓 걸으며 시장을 탐색해봤다. 
동서남북으로 출입문이 있는 영등포전통시장은 현재 북문 쪽이 정비 중이다. ⓒ박지영
동서남북으로 출입문이 있는 영등포전통시장은 현재 북문 쪽이 정비 중이다. ⓒ박지영
깔끔하게 정돈된 영등포전통시장 내부 ⓒ박지영
깔끔하게 정돈된 영등포전통시장 내부 ⓒ박지영
아직 예전 모습을 간직한 상가 건물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박지영
아직 예전 모습을 간직한 상가 건물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박지영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는 영등포전통시장 내 순대 골목, 영신꽃도매상가

시장의 풍부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등포전통시장은 순대 골목으로 유명하다. 시장 골목 양쪽으로는 순대를 파는 집들이 마주하고 있는데, 1966년부터 장사를 해온 노포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낮에는 순댓국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데, 오후에 순대를 삶기 때문에 아바이 순대나 찹쌀 순대 포장을 원한다면 오후 시간에 찾아가는 게 좋다.
영등포재래시장은 방향 표기가 잘되어 있어 쉽게 순대 골목을 찾을 수 있다. ⓒ박지영
영등포재래시장은 방향 표기가 잘되어 있어 쉽게 순대 골목을 찾을 수 있다. ⓒ박지영

영등포전통시장 내 지하 영신꽃도매상가도 인기 명소다. 입구가 워낙 여러 군데라 오르락내리락 헤매 다녔지만 영신상가 간판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면 바로 꽃 시장이 보이고, 혹시 못 찾더라도 주변 상인들에게 물으면 바로 알려준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품종을 한자리에 모아둬 전혀 부족함이 없고 꽃다발, 꽃바구니, 화환 등 모든 품목을 취급한다.

다른 꽃 시장들이 새벽에 열고 일찍 문을 닫는 것에 비해 영신꽃도매상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해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고, 가격도 시중 판매보다 싸고, 가격대에 맞춰 원하는 꽃을 골라 다발로 만들 수 있다. 상인들의 적극적이고 친절한 응대도 시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한다.

졸업 시즌인 데다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꽃다발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인데, 근처 지역구 주민이라면 이곳에서 저렴하고 풍성하게 졸업 및 입학 등과 같은 기념일 꽃다발이나 평소 집 안을 가꾸기 위한 꽃을 사는 것도 좋겠다.
지하 영신꽃도매상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박지영
지하 영신꽃도매상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박지영
원하는 가격대로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 ⓒ박지영
원하는 가격대로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 ⓒ박지영

시장 내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지역상품권,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등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관련 상품권을 사전에 알뜰하게 구매해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2022년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관련하여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 2에 의거, 전통 시장에서 이용한 금액을 40%까지 추가로 공제(2025년 12월 31일까지)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서울시 전통 시장 소개 누리집 게시물을 통해 주변 전통 시장이 그 대상이 되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면 좋다.

영등포전통시장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5가 33-29
○ 교통 :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하차 3번 출구

영신꽃도매상가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 225
○ 교통 :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하차 3번 출구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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