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근현대문학관에서 '님의 침묵' 초판본 보고 왔어요!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4.03.26. 09:19

수정일 2024.04.12. 15:49

조회 260

3월 19일 성북근현대문학관이 개관했다. ⓒ김수정
3월 19일 성북근현대문학관이 개관했다. ⓒ김수정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님의 침묵'을 쓴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심우장은 성북동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총독부를 보지 않기 위해 북향으로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를 비롯해 이육사, 조지훈, 박완서 등 대한민국 근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인들이 성북에 살았다. 한양도성 아래 고요한 분위기는 창작활동에 전념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들이 오고 갔을 법한 성북동에 지난 3월 19일 성북근현대문학관이 개관했다.
성북근현대문학관 옥상에서 한양도성이 한눈에 보인다. ⓒ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 옥상에서 한양도성이 한눈에 보인다. ⓒ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다. 3층부터 오른 후 차례차례 내려오면서 둘러보았다. 3층은 옥상으로 서울 한양도성이 한눈에 보인다.
성북근현대문학관 상설전시실에서 성북 문학의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 상설전시실에서 성북 문학의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정

2층은 상설전시실이다.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문화가 공존하는 성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없는 곳이다.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의 거주 공간이자 활동 무대였던 성북은 그들의 글과 그림, 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이곳에서 역사와 함께 생동해 온 성북 문학의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일러스트 툰으로 재구성한 코너가 눈길을 끈다.ⓒ김수정
문학 작품을 일러스트 툰으로 재구성한 코너가 눈길을 끈다.ⓒ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에는 흥미로운 전시물도 많다. 문학 작품을 일러스트 툰으로 재구성한 코너가 눈길을 끈다. 박완서 자전 연작 소설 속 성북의 모습을 시간 순서대로 배치한 내용을 비롯하여 임화의 '정릉리의 계곡', 이태준 '달밤', 김내성 '쌍무지개 뜨는 언덕' 등을 만화로 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쓴 성북의 문인들을 시기별로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의 한용운, 이태준, 이육사가 한국전쟁기의 염상섭, 김내성, 김동리, 조지훈, 산업화 시기의 김광섭, 박경리, 신동엽, 박완서가 그들이다. 키오스크와 연결된 벽면의 문학지도를 통해 각 문인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성북 문학을 골라주는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다.  ⓒ김수정
내 취향에 맞는 성북 문학을 골라주는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다. ⓒ김수정

재미난 체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독서 취향에 대한 질문을 잘 읽고 OX를 선택하면 화면에 내 취향에 맞는 성북 문학의 작품 표지와 정보를 알려준다. 인쇄하기를 누르면 해당 작품의 문장이 담긴 종이가 출력된다. 
오늘날 그룹 메신저 형식으로 구성한 '구인회' 이야기 ⓒ김수정
오늘날 그룹 메신저 형식으로 구성한 '구인회' 이야기 ⓒ김수정

예술인들의 활발한 협업의 결과로 만들어진 문예지도 전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구인회이다. 1933년 순수문학 지향을 위한 일종의 친목단체였는데 '시와 소설'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했다. 그 과정을 오늘날 그룹 메신저 형식으로 구성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정지용의 시를 음원으로 들을 수 있다.   ⓒ김수정
정지용의 시를 음원으로 들을 수 있다. ⓒ김수정

성북 문학은 음악과 영화로 탄생하기도 했다. 1930년대 '승방비곡', '오몽녀' 등 문학작품이 영화화되었고, 성북 일대는 촬영 장소로 활용되었다. 문인의 시에 곡을 붙인 음악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정지용의 '고향'과 '향수'는 성북구민들이 직접 부른 음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광섭 시와 김환기 회화  ⓒ김수정
김광섭 시와 김환기 회화 ⓒ김수정

성북지역의 문인과 화가들의 예술적 교감은 다양한 책 디자인과 회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성북 문인들의 책 표지를 김용준, 이중섭, 서세옥 등 걸출한 성북 화가들이 그렸다. 또한 김광섭과 김환기의 예술적 교류는 시 '저녁에'와 회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탄생시켰다. 
필사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수정
필사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수정

유명 연예인도 푹 빠졌다는 필사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문인들이 사랑한 문장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구절을 원고지에 따라 적어볼 수 있다. 이렇듯 성북근현대문학관은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면서 성북 문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곳이다. 
님의 침묵 초판본을 볼 수 있다.  ⓒ김수정
님의 침묵 초판본을 볼 수 있다. ⓒ김수정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만해 한용운 특별전 '긔룬 것은 다 님이다'가 전시 중이다. 그의 대표적인 시집 '님의 침묵'의 초판본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심우장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키워드로 보는 만해와 독립운동 단체 코너에서는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동그랗게 커튼이 드리워진 공간이 있다. 성북구민들이 만해의 시를 낭독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자료열람·교육실 ⓒ김수정
자료열람·교육실 ⓒ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의 출입구가 있는 지하1층에는 자료열람·교육실이 있다. 다양한 문학작품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강의와 교육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2024년 3월 19일에 개관한 따끈따끈한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인근의 심우장,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 조지훈기념 건축조형물 방우산장 등과 함께 둘러보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조지훈기념 건축조형물 방우산장  ⓒ김수정
조지훈기념 건축조형물 방우산장 ⓒ김수정

성북근현대문학관 관람안내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21길 24
○ 운영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 관람료 : 성인 1천 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성북구민 50% 할인)
○ 문의 : 02-2241-1939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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