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그 이상의 가치! 끼니 걱정 덜어주는 '동네나눔밥집'을 찾아라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7.30. 15:10

수정일 2021.08.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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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중림동을 걷던 중 우연히 필자의 눈에 ‘스티커’가 들어왔다. ‘동네나눔밥집’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 본 매장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눔’이란 단어에 무장해제 되는 기분이랄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동네나눔밥집을 순례할 작정으로 스티커를 찾아서 인근을 돌아다녀 봤다. 필자는 방문한 동네나눔밥집에서 나눔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했다. 
중구 동네나눔밥집에서 나눔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다.
중구 동네나눔밥집에서 나눔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다. ⓒ윤혜숙

피자에땅은 피자 가게다. 매장 안이 협소했다. 손님이 앉는 테이블과 의자가 없었다. 주문을 받으면 피자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포장과 배달 위주의 업체다. 직원이 필자를 반겼다. 동네나눔밥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피자를 주문한 뒤 결제할 때 현금 대신 식사쿠폰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루에 많게는 10매의 쿠폰이 들어온다고 했다. 동네나눔밥집으로 선정된 후의 변화를 물었더니 직원은 “중구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도와준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저희가 매출 면에서 도움받고 있다”며 감사해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궁금했다. 

직원은 “쿠폰을 갖고 오는 손님 중에서 의외로 어르신이 많다. 쿠폰이 아니었다면 어르신이 피자 가게에 와서 피자를 살 생각을 하시겠냐”고 반문한다. 취약계층 어르신이 제 돈 내고 피자를 사드실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데 피자 가게가 동네나눔밥집으로 선정되면서 어르신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피자를 주문해 드신 어르신이 주변에 입소문내면서 손님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동네나눔밥집으로 선정된 피자집에 어르신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동네나눔밥집으로 선정된 피자집에 어르신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윤혜숙

무봉리순대국은 20년가량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일반인들이 손쉽게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순대국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동네 사랑방과도 같다. 식사 메뉴는 순대국, 뼈해장국, 우거지갈비탕 등 가지 수가 많아도 거의 8,000원대다.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들은 국에 밥을 말아서 즐겨 드신다. 매장에서 한 끼 식사를 드신 어르신은 추가로 포장해서 가져가기도 한다. 이유가 따로 있었다. 

맛나게 먹은 음식을 이웃에게도 나눠주겠다며 포장해 달라는 어르신의 얘기를 들을 때면 서삼규 대표는 “이웃과 정을 나누려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돈이 아닌 쿠폰이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어르신이 이웃에게 따듯한 밥 한 끼를 사준다는 게 쉽지 않다. 돈을 내고 이웃에게 밥을 산다고 하면 받는 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쿠폰이어서 주는 분도 받는 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콩 한 쪽도 나눈다’는 속담처럼, 쿠폰이 있어서 취약계층 어르신이 이웃들과 밥을 나누는 훈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주로 순대국에 밥을 말아서 드신다.
어르신들은 주로 순대국에 밥을 말아서 드신다. ⓒ윤혜숙

작년에 동네나눔밥집 사업을 시작할 때 1호점으로 선정된 충정로김밥을 방문했다. 성요셉아파트 1층 상가에 있어서 중림동 대로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순애 대표는 “밥을 제때 드시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이어서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안했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기꺼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충정로김밥은 분식점이다. 하 대표는 매장 입구에서 김밥을 마느라 잠시도 앉을 틈이 없이 분주했다. 

그녀는 “식사 시간 때 손님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서 식사하러 오시는 취약계층을 처음 마음처럼 더 잘 챙겨드리지 못해서 아쉽다”면서 “한창 바쁜 식사 시간 전이나 후로 방문해 주신다면 더 세심하게 챙겨드릴 수 있겠다”고 전했다. 
동네나눔밥집 1호점, 성요셉아파트 상가에 있는 충정로김밥
동네나눔밥집 1호점, 성요셉아파트 상가에 있는 충정로김밥 ⓒ윤혜숙

이상 중림동에서 찾은 3개의 동네나눔밥집이다. 중림동 동네나눔밥집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을까? 중림동에 소재한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19년 신한금융그룹의 제안으로 중구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복지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2020년 4월 29일부터 지금까지 신한금융그룹의 후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동네나눔밥집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네나눔밥집 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소상공인과 지역 내 취약계층의 '식(食)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상생의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신한금융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이다. 동네나눔밥집으로 참여한 지역 내 소상공인은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여건에 매출에 도움이 되고, 취약계층에게는 외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좀 더 나은 따뜻한 밥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중구 중림동 길거리에서 동네나눔밥집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구 중림동 길거리에서 동네나눔밥집을 발견할 수 있다. ⓒ윤혜숙

올해는 1인당 41장의 식사 쿠폰이 제공되고 있고,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현금이 아닌 ‘쿠폰’이다. 쿠폰 가격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인당 지원금액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한 끼 식사가 8,000원이라고 가정할 때 1인당 약 32만 원 상당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된다. 

동네나눔밥집 사업을 후원하는 신한금융그룹의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 식사비 현금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식사쿠폰을 지원하고 해당 쿠폰을 선정된 동네나눔밥집에서만 사용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식(食)문제 해결과 영세식당 매출지원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은 동네나눔밥집에서 현금 대신 식사쿠폰으로 결제한다.
취약계층은 동네나눔밥집에서 현금 대신 식사쿠폰으로 결제한다. ⓒ윤혜숙

동네나눔밥집 사업에 참여하는 가게를 어떻게 선정할까?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동네나눔밥집 업소를 선정할 때, 우선 중구 내에 있는 요식업소인지 그리고 상시근로자 수 5인 이하의 업소인지를 확인한다. 물론 고깃집이나 술집과 같은 업소는 제외했다. 현재 총 21개의 요식업소가 동네나눔밥집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17개소가 금액 할인 등 나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작년에 중림동 10곳, 회현동 5곳에서만 진행하던 사업이 현재는 중림동 10곳, 회현동 9곳, 명동 2곳까지 확산됐다. 점점 동네나눔밥집에 참여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식사쿠폰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입장에선 다양한 식사 메뉴에 대한 선택권도 넓어졌다. 

취약계층에겐 끼니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과제다. 그러니 모처럼 바깥에서 외식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런 점에서 중구 지역주민들은 곳곳에 동네나눔밥집이 있어서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연일 폭염까지 겹쳐서 여느 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때 중림동 길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동네나눔밥집 스티커가 더욱 반갑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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