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둘레길 '녹사평 산책길' 코스를 걷다

시민기자 이영남

발행일 2021.04.27. 14:00

수정일 2021.04.27. 16:54

조회 3,682

'옛 방위사업청 부지' 300명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에게 공개

지난 1월, 용산공원 조성계획 과정에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구성됐다. 용산공원의 정체성, 생태, 문화경관, 이용 프로그램 등 10개의 분임별 토의를 하고 있는데, 필자는 '용산공원 역사문화유산의 이해' 분임에 참여하고 있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4회의 워크샵을 통해 분임별 강의를 듣고 토의를 진행해 왔다.  ⓒ이영남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4회의 워크샵을 통해 분임별 강의를 듣고 토의를 진행해 왔다. ⓒ이영남

한편, 서울시는 올 상반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담장을 따라 걸으면서 군사기지와 주변 지역에 펼쳐진 다양한 삶의 모습, 도시공간에 숨겨진 역사‧문화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에 시작한 4개 구간(▴녹사평 산책 ▴한강로 산책 ▴이촌동 산책 ▴부군당 산책)에 더해, 2020년 용산기지 주변의 효창공원, 남산공원,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엮은 4개 구간(▴독립의지의 길 ▴일제흔적의 길 ▴과거전환의 길 ▴철도명암의 길)을 추가해 총 8개 구간으로 진행 중이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상반기 프로그램은 4월 8일부터 오는 6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10:00~12:00에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과 참가 신청은 서울시홈페이지(https://news.seoul.go.kr/env/archives/511844)와 용산기지 둘레길산책 홈페이지(www.yongsanpark.communit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반기(9월~11월)에는 회차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4~6월 상반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올해 4~6월 상반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옛 방위사업청 부지 최초 공개

반세기 넘게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용산기지 북측의 ‘옛 방위사업청 부지’가 지난 4월 23일 최초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에 공개되었다. 서울광장 면적의 7배(약 8만 6,890㎡)에 달하는 군사시설로, 작년 12월 용산공원으로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방문은 옛 해병대 사령부 본관 내부를 직접 보고 용산공원의 미래방향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해병대사령부의 긴밀한 협력으로 성사된 것이고, 향후 일반시민에게도 사전신청 방식을 통해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 해병대사령부 본관 앞
구 해병대사령부 본관 앞 ⓒ이영남

'녹사평 용산공원 플랫폼'은 용산미군기지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6호선 녹사평역 내에 조성된 용산공원 시민소통공간이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녹사평역 지하 1층에 마련된 ‘용산공원 플랫폼’을 둘러보았다. '온전한 용산공원,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안내문을 먼저 읽어 보았다. 금단의 땅 '용산공원~용산기지', 그리고 '용산공원', 용산기지 주변지역 도보여행 길, 용산기지 주변지역 역사품은 길, 용산기지와 용산 다문화 지역의 만남, 용산공원 플랫폼이 층별로 안내되어 있다. 
녹사평역은 용산공원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자,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출발장소이다.
녹사평역은 용산공원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자,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출발장소이다. ⓒ이영남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 '미래의 용산공원과 이어지는 용산의 옛길' 기획전시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 '미래의 용산공원과 이어지는 용산의 옛길' 기획전시 ⓒ이영남

필자는 8개의 둘레길 산책 중 해방촌 터줏대감 한신옹기를 지나 해방촌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흔적을 따라 걷는 ‘녹사평산책’에 나섰다.  녹사평산책 코스는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신흥시장, 후암동 108계단, 옛 용산 공설시장, 옛 용산공원 갤러리 등 녹사평에서 해방촌을 넘어 용산기지 담벼락을 따라 형성된 동네와 그 곳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용산 문화해설사를 따라 녹사평 용산공원 플랫폼을 빠져나와 아름다운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보면 ‘21번 게이트’부터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된다. 용산기지는 외부로 통하는 게이트가 21개 있는데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담장에는 가시철조망과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 군사기지라서 사진을 찍을 때도 가능한지 문의하고 촬영해야 했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용산기지. 담장에 가시철조망과 경고문이 있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용산기지. 담장에 가시철조망과 경고문이 있다. ⓒ이영남
1959년에 세워진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1959년에 세워진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이영남

용산고등학교 앞에 이태원 터가 있고 남산공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옛길이 이어진다. 그 반대편에 국방홍보원까지 이어지는 '이태원 옛길'을 걷는다. 

조선시대엔 한양에서 용인을 지나 동래, 부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과 문물이 오고 갔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한양도성 남쪽의 첫번째 숙박 시설인 이태원에 이르렀고, 조금 더 가면 한강을 건너기 직전 서빙고 또는 한강진 제천정에 닿았고, 한강을 건너면 동작나루와 사평나루에 도착하였다. 

러일전쟁 직후 일본군이 영구 주둔을 목적으로 용산기지를 조성하면서 수백 년 간 이용했던 옛길은 끊기게 되었고, 현재는 용산기지 20번 게이트로 막혀 있다. 앞으로 용산공원이 조성되고 끊어진 옛길을 다시 잇는다면 이 길을 통해 단절된 우리의 옛 역사와 문화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남산공원부터 국방홍보원까지 이어지는 이태원 옛길
남산공원부터 국방홍보원까지 이어지는 이태원 옛길 ⓒ이영남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인재들을 배출한 명문사학 숭실학교 옛터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인재들을 배출한 명문사학 숭실학교 옛터 ⓒ이영남

66년만에 시민에 개방된 옛 방위사업청 부지

이번에 용산기지 북측에 위치한 옛 방위사업청 부지가 66년만에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곳에는 1955년 건립된 해병대사령부 본부 건물과 당시 구축한 방공호 등의 군사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국방홍보원, 해병대기념관, 국군복지단 등 일부 시설도 남아 있다.  
해병대기념관 정문.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이 있다.
해병대기념관 정문.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이 있다. ⓒ이영남
해병대기념관 내부. 전투복, 근무복, 행사복 군복, 표창, 휘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병대기념관 내부. 전투복, 근무복, 행사복 군복, 표창, 휘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영남

해병대기념관은 1973년 10월 10일 경제적 군 운영이라는 명목하에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세워졌다. 1975년 4월15일 개관한 기념관은 해병대 창설부터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 해병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병대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식 사무실이 있고 더 들어가면 정원이 있는 '중정' 방식의 구조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서 낡아 보이지만 수선을 잘하면 재생이 될 만한 건축물이다. 
해병대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식 사무실이 있고 더 들어가면 정원이 있다.
해병대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식 사무실이 있고 더 들어가면 정원이 있다. ⓒ이영남
해병대사령부 건물 뒤 방공호. 여의도에 이은 우리나라 2번째 방공호다.
해병대사령부 건물 뒤 방공호. 여의도에 이은 우리나라 두 번째 방공호다. ⓒ이영남

해병대사령부 건물 뒤 우리나라 방공호 중 두 번째(첫 번째는 여의도 방공호)인 방공호도 관람했다. 촬영은 허가가 안 돼서 입구와 벙커진지만 촬영했다. 내부는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했다. 
상반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6월까지 계속된다.
상반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6월까지 계속된다. ⓒ이영남

용산기지 주변지역은 일상에서 만나는 높은 건물과 넓은 도로, 그 이면에 남겨진 장소를 걸으며 함께 보고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용산기지를 비롯한 이태원동, 용산2가동 일대, 효창동, 후암동 일대, 원효동, 한강로동 일대 지역에 남겨진 것과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난 장소들을 탐방하며 장소와 길이 담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탐방해 보자. 

아울러 일제시대나 미군정시대의 유물은 아픈 역사의 산물이다. 아픈 역사도 역사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후손에게 그 흔적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단의 땅이라서 들어가지 못한 간절함이 도보 산책길을 걸으면서 더 보존되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용산공원이 조성되더라도 현재 존재하는 용산기지 안의 건축물, 도로, 방공호 등은 잘 재생해 그대로 보존되면 좋겠다. 

■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8개 코스

☞ 참가 신청 바로가기 : 용산공원사용설명서

시민기자 이영남

서울시의 정책 상황을 직접 체험해보고 기사를 작성하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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