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은 홀로 서는 게 아니에요. 함께 서는 것이죠. 지난 10월 28일 세바시와 함께하는 ‘제2회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가 열렸다.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는 평범한 이웃들의 체험담을 통해 서울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서울형 동기부여 콘서트다. 콘서트를 듣던 중 강연하던 한 청년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보육원에서 성장해 자립 준비 과정을 겪고, 낮에는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서울시립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송희석(24) 씨였다. “도움받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주말, 자립준비청년 전용공간인 ‘영플러스서울’에서 그와 만났다. ☞ [관련 기사] 홀로서기 힘들지 않게! '자립준비청년' 전용공간 개소 “사실 세바시에 나가는 게 제 버킷리스트였어요. 동기부여를 해주는 강연을 하고 싶었거든요. 이번이 참 좋은 기회가 된 거죠.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영상을 보니 매끄럽지 못한 거 같아 좀 아쉽긴 해요.” 차분하게 인사를 마친 그가 말했다. 어떻게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 무대에 서게 되었는지 물으니, 그는 “서울시 자립준비청년 지원 기관인 영플러스서울 개소식에서 라운딩 MC를 봤다가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직 미흡하다고도 느꼈지만, 청중 한 명이라도 공감한다면 좋겠다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니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돼 좋았다고 했다. 이전에도 금융 강연 등은 해봤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 건 처음이었다. 콘서트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물었다. 그는 다른 기관을 거쳐 4살 때 마포에 있는 보육원에 온 것부터 기억했다. 남자들만 있던 보육원의 추억은 즐거웠단다. 아이들과 몰래 배전함에 있는 간식을 먹기도 하고, 축구를 잘해 공차고 함께 놀며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그러다가 사춘기가 왔다. 스트레스로 인해 오래 다녔던 학원을 그만두었고, 왜 살아야 하는지 의욕이 없어졌다. 밥도 안 먹고 성적마저 곤두박질을 쳤다. 그런 그를 바꾼 계기는 중3 때 본 진로·적성검사였다. 신기하게 전 과목이 10% 안에 들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하면 되는 거였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때부터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침 공무원이던 보육원 선배를 만났고, 같은 마이스터고에 들어갔다. “저는 당시 자립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생존이 달렸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했고, 공무원이라는 목표가 생긴 거죠.” 목표가 생기자 그 계획에 무섭게 파고 들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선생님 추천으로 시험을 봐서 들어갔다. 현재 차량직으로 지하철 정비 업무를 보는데, 고등학교 때 자동차 정비를 공부해서인지 낯설지 않다고 했다. 2018년 2월 보육원을 퇴소하게 되며 자립을 해야 했다. 서울시에서 마련해준 자립생활관에서 1년 살다가 자립준비청년 주거지원정책을 통해 거주지를 구할 수 있었다. “완벽한 자립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것, 그게 자립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강연에서 자립에 관해 이야기했다.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이 이만큼 클 수 있었을까 싶어 무척 감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자립은 함께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도움은 그가 이제 조금씩이나마 돌려주고 있다. “오늘도 영상을 보고 멋있었다고 동생들에게 연락이 왔어요.” 지금은 보육원 후배인 쌍둥이 친구 중 한 명을 멘토링해 주고 있다. 졸업생 중에서도 자주 보육원을 찾는 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요즘은 두 달에 한 번 가고 있다. “퇴소하고 통장을 받았는데요. 저를 후원해준 분 중에 아시는 분들 성함이 적혀 있는 거예요. 진짜 뭉클했지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러기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고요.” 이밖에도 후배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거나 아는 내용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와주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한 친구가 방황을 많이 했어요. 제가 연락을 해서 혹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물으니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후에 진심이 전해졌는지 연락이 왔어요. 마침 그 방면에 아는 분이 있어 소개해줄 수 있었죠. 또 축구팀에 한 친구가 다쳤는데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가고 있었어요. 서울시 아동복지협회 의료비지원사업이 떠올라서 해당 정보를 알려줘 무사히 수술을 받기도 했어요.” 그의 꿈은 무엇일까. “하고 싶은 게 참 많죠. 그 중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정보를 주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청년들이 자기 의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다.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할까. “제가 존경하는 대표님이 계신데요. ‘희석아, 걱정에 사는 건 미래에 사는 거고 후회에 사는 건 과거에 사는 거야’ 하시면서 ‘현재를 살라’ 고 하셨거든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었을 때, 지인인 BNI코리아 대표의 응원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서울시아동복지협회와 BNI코리아가 협업해 진행한 프로젝트 ‘더저니’의 1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심리 상담 받는 걸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대화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 있잖아요. 그런 게 참 좋아서요.” 대학을 가기 위해 전기기사와 소방설비기사 자격증 2개를 1년 만에 땄다. 회사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야 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마지막 가장 어려운 시험을 앞두고 심리 상담을 받았다. 심리 상담사가 “혹시 떨어지면, 남는 시간에 여행을 다니거나 본인에게 집중할 시간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배움마켓(문의: 02-719-1449)은 2023년 7월에 시작한 (예비)자립준비청년 자립역량강화 지원을 위한 배움과정이다. 금융, 주거, 노동, 마음 건강, 법률 등 일상 속 어려움 해소를 위한 정보를 알려준다. 서울시 예비자립준비청년이나 자립준비청년이라면 받을 수 있다. 그는 배움마켓 강사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현재는 너무 바빠 참여를 못 해 아쉽다고도 했다. “작은 것부터 성취를 느끼다 보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부터 성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한 단계 한 단계 영역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서울시 자립지원전담기관, 0+SEOUL(영플러스서울) 그와 만난 이야기를 나눈 장소는 영플러스서울.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 자립준비청년 전용공간이다. 이날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과 주거, 법률 등을 알려주는 배움마켓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복도 전시공간에는 자립준비청년이 참여해 만들거나 파는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곳은 심리, 정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나 소통하는 공간 ‘Cafe 0(카페영)’다. 곳곳마다 테이블이 있고 벽면이 플랜테리어로 꾸며져 편안하게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며 이곳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을 볼 수도 있는데 그 애완동물은 다름아닌 레오파드 게코 도마뱀과 그리스 육지 거북이다. 또한 자립준비와 관련 정보 책자들이 다수 비치되어 있다. 영플러스서울은 서울시 거주 보호 종료 5년 이내의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시설 퇴소 청년들은 물론 위탁가정 청년들도 해당한다. 이곳은 24시간 상담 전화(☎02-2226-1524, 평일 9:00~24:00, 주말 및 공휴일 9:00~18:00, 운영시간 이외 상담 예약 서비스)로 심리·정서적 도움을 주거나 상담하고 있다. 보호 종료 전 사후 관리를 함께 수립하고 자립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지원한다. 또 자립 선배, 전문가로 구성된 ‘바람개비 서포터즈’를 운영해 건강한 자립 생활을 돕고 있다. “소소한 일부터 경제적인 문제 등을 함께 나누는데요. 그 과정에서 영플러스서울은 관련 정보 등을 연계해 주거나 자조 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에서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영플러스서울 담당자는 “이곳에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있으니, '02-2226-1524' 번호로 전화가 오면 꼭 받아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영플러스서울을 찾은 날은 유난히도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의 온도는 훈훈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추위를 녹이는 선한 영향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감사히 받은 만큼 꼭 베풀자”는 그의 말이 와닿았다. 또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이곳 영플러스서울을 찾아 도움을 받고 한 발짝 가까워지길 기대한다.영플러스서울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99길 40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102동 2층 ○ 교통 : 4·6호선 삼각지역 5·8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토요일 10:00~17:00 / 야간연장 : 화·목요일 18:00~21:00 ○ 주요시설 : 카페, 교육장, 상담실, 회의실, 자립지원전담기관, 갤러리·상품진열대 등 ○ 지원사항 : 교육·힐링 프로그램 운영, 자조모임·동아리 공간 제공, 지원정책 안내·상담 등 운영 ○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누리집 ○ 문의 : 자립준비청년 전용 24시간 상담전화 02-2226-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