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에 생긴 '스마트경로당', '어르신 전용 놀이터' 어떤 모습일까? "나, 이제부터 오래 살래. 좋은 거 많이 누리려면 오래 살아야 해." 새롭게 바뀐 경로당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던 심재숙 할머니가 건넨 한마디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지난 10월 31일, 특별할 것 없었던 양천구 신원경로당이 지난 5개월 간 공사를 하고 난 뒤 '스마트경로당'으로 변신을 했다. 양천구 신월3동에 위치한 양천구립신원어르신어울림센터(신원경로당)는 환한 LED 전등 아래 다양한 스마트 시설을 갖췄다. 작은 TV 한 대가 전부였던 경로당에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운동도, 놀이도, 건강 체크도 모두 사물인터넷(IoT)의 첨단 정보통신기술로 스마트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헤이 구글, 에어콘 틀어줘." "헤이 구글, 4번 창문 블라인드 내려줘." 기온이 올라간 낮 시간 더운 기운이 느껴지자, 음성으로 에어콘을 켰다. 햇볕이 창문 너머 눈부시게 들어오니, 다시 음성으로 전동블라인드를 내린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음성인식 명령으로 기계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제는 능숙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신원경로당의 어르신 평균 연령은 85세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경로당으로 출근하고 경로당에서 퇴근하는 이들에게 스마트경로당은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있다. 낯설었던 디지털 문화생활, '스마트경로당'에서는 가능해요! "아침에 경로당이 문을 열면 인근 어르신들이 오셔서 혈압과 인바디를 체크하고 스마트 걷기 운동을 하시면서 순서대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세요. 오전 10시쯤이면 어르신들로 경로당이 붐비니 더 일찍 나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스마트경로당 동행단' 정리라 동행매니저는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한 명 한 명에게 차분하게 설명하고 함께 해보며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스마트경로당 동행단은 스마트경로당을 순회하며 건강체육활동 진행, 화상플램폼 연결, 스마트 기기 사용 어려움 해소, 어르신 사기 예방교육 등을 돕고 있다. 경로당을 방문한 어르신들은 밤 사이 혈압이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다른 곳에 문제는 없는지 '헬스케어 태블릿'으로 건강 정보를 체크한 후,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연습을 하고,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해피테이블'에서 게임을 즐긴다. 해피테이블은 인지력 평가, 기억력 감퇴, 불안 척도, 우울 척도 등을 알아보는 콘텐츠가 제공되어 개인별로 검사하고 3개월 후 다시 검사해 치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렇게 경로당의 모든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다 보면 어느새 맛있는 점심시간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 기기는 걸으면서 즐기는 건강 기기인 '스마트워크'다. 황덕배(91세) 할머니는 스마트워크 기계 위에 올라가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능숙하게 좋아하는 트로트 음악을 선택했다. 이어서 경치 좋은 전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인 석굴암을 클릭해 경치를 구경하며 걷기를 시작한다. 나이가 많아 어디 다니기 쉽지 않잖아요. 이 스마트워크 기기에서평소에 가보지 못하는 곳을 선택해 음악 들으며 걸으니, 여행 기분도 나고 운동도 되고 너무 좋아요! 걷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피워킹, 발다람쥐, 발두더지 등 발과 다리 건강을 위한 8개 메뉴를 선택해 고를 수 있다.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은 매일 혈압검사와 인바디 검사를 통해 헬스케어 통합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안면인식 로그인'을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모니터만 바라보면 저절로 로그인이 되어 자신의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화장실과 혈압을 측정하는 기계 옆 쪽으로 '응급벨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버튼을 누르면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 수 있고, 119 버튼을 누르면 바로 119로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안심이다. 스마트경로당 동행단 2명은 수시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곁에서 묻는 질문에 대답하고 쉽게 설명하며 스마트 기기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정리라 스마트경로단 동행단은 "스마트경로당이 문을 열면서 주변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구경하고 관심을 보이세요.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셔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세요.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셔서 두려움이 해소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라며 더 많은 경로당으로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경로당 한쪽에 있는 스마트팜 기계도 눈길을 끌었다. 앙증맞게 생긴 새싹인삼이 잘 자라고 있었다. 직접 인삼 모종을 심고 20일간 키운 뒤 먹는다고 한다. 경로당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100세 체조처럼 직접 강사가 방문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웃음치료처럼 경로당 중앙에 마련된 커다란 모니터를 이용한 화상플랫폼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청소도 스마트하게 할 수 있다. 예전엔 어르신들이 직접 청소를 했지만, 이제는 새벽 5시 정해진 시간이 되면 로봇청소기가 저절로 움직이며 어르신들이 오기 전 경로당 안을 말끔하게 청소한다. 심재숙 할머니는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것을 이곳에서 할 수 있어 너무 고맙죠. 한 번 들어도 자꾸 까먹는 나 같은 노인들에겐 큰 도움이 돼요. 동행매니저들이 하나 하나 설명해 주고 같이 해줘서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이렇게 노인들에게 신경 써줘서 고맙고 행복해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경로당의 안전과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전경하 할아버지는 "스마트경로당이 생겨서 운동도 하고 노래방 기계도 이용하고 게임도 할 수 있어 아주 즐거워요. 예전엔 경로당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 좋습니다."라고 스마트경로당의 장점을 소개해 주었다. 건강복지를 실현시켜 주는 스마트경로당 사업은 현재 양천구 외에도 10개 구(강서구, 광진구, 금천구, 동대문구, 동작구, 서초구, 성북구, 송파구, 영등포구, 중랑구)에서 추진 중이다. 양천구는 스마트경로당 10곳을 마련했다고 한다. ☞ [참고] 양천구청 블로그 : 디지털·건강복지 잇는 '스마트경로당' 관내 10곳 조성 어르신들의 디지털 적응력을 높이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장착한 스마트경로당은 디지털 교육, 스마트 여가, 건강관리 프로그램, 시설 개선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경도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쾌적해졌다. 공기질 관리시스템, 가스감지센터, 사물인터넷 혈압계, 스마트 응급신고 등 통합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신원경로당은 여기에 더해 체성분 분석기, 로봇 청소기, 스마트테이블, 스마트워킹, 스마트팜 시스템까지 추가로 구축했다. 어르신들의 만족도와 이용률 분석을 통해 관내 다른 경로당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어르신 전용 놀이터'에서 즐거운 놀이로 건강 지켜요! 경로당만 스마트해진 것이 아니다. 놀이터도 스마트해졌다. 신정네거리역 장수공원에 어르신 맞춤형 특화 운동공간인 '어르신 전용 놀이터'가 조성되어, 인근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양천구 최초 어르신 전용 야외 운동 공간인 이곳은 초고령 사회 대비 어르신의 건강한 노년을 지원하고 다양한 세대 간 교류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다른 공원이나 놀이터에서는 볼 수 없는 건강관리 기구부터 탄성 바닥재, 종합안내판, 산책 트랙 등 새로운 아이템이 가득하다. 장수공원 어르신 전용 놀이터를 찾는 어르신들은 못 보던 기구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얼굴 두드리기, 팔 운동하기 등의 뇌신경 체조법을 따라 하는 할머니, 그림 맞추기 게임을 하며 인지능력을 키우는 할아버지, 안전하게 앉고 일어설 수 있도록 봉(안전 bar)이 설치된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숫자로 된 커다란 시계는 어르신들이 시계를 잘 확인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동 보조 유모차와 휠체어도 쉽게 거치할 수 있게 꾸며졌다. 스마트폰을 누르는 속도가 느린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손가락 계단오르기 기구를 이용해 연습할 수 있으며, 링을 크게 이동하고 작게 이동하는 기구를 통해 인지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스텝바 건너기, 미로찾기 게임, 외나무다리 건너기, 바닥놀이 등도 마련되었다. 각각의 운동기구 앞에는 운동방법, 운동효과, 도움이 되는 생활기능, 운동시간, 사용시 주의사항이 잘 설명되어 있다.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를 예비하기 위해 바닥은 흙바닥에서 탄성 바닥재로 시공했으며, 천천히 걷기 길과 빨리 걷기 길 두 갈래로 조성해 시니어트랙도 만들었다. 활동량 증가를 돕는 7대의 맞춤형 건강관리 기구 덕분에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김 할머니는, "매일 집 앞 산에 오르는데 이곳이 생긴 뒤부터는 꼭 여기 와서 이 기구들로 운동해요. 사용법도 어렵지 않고 없던 것들이 생겨서 좋아요."라는 이용 후기를 즐겁게 들려주었다.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인근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장수공원이 양천둘레길과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둘레길을 걷는 이들도 많이 이용하는 모습이다. 양천구청 어르신복지과 이영이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그림문자와 큰 글씨로 안내하는 안내판을 마련했습니다.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담 운동지도사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신체활동도 지원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어르신 전용 놀이터는 인지건강, 균형감각, 유연성 증진 등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감각과 근육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경로당과 어르신 전용 놀이터를 둘러 보니,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환경과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사업의 일환으로 11개 자치구 105개소 경로당을 스마트경로당으로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26년까지 전 자치구에 어르신 놀이터도 1개소씩 조성할 예정이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다채로운 사업이 지속적으로 육성되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활력 넘치는 일상 속 행복을 누리는 노년의 삶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