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프로그래머를 꿈꾼다! 청각장애 이겨낸 빛나는 금메달
STOCKZERO
0
24
0
0
2023.04.19 14:45
“솔직히 금메달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메달을 따게 돼서 실감이 나지 않았고, 손발이 많이 떨렸습니다.” 수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전하는 함승우 선수의 수상 소감이다.
함승우 선수는 지난 3월에 열린 ‘2023 프랑스 메스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함승우 선수가 딴 금메달을 비롯해 금 18개, 은 4개, 동 9개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지금까지 종합우승 8회, 대회7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저는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났어요. 일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2학년 때 서울애화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언어 학원을 다니며 배운 입모양 훈련 덕분에 간단한 대화 정도는 가능하다. 모두 부모님 덕분이라며 환하게 웃는 스물두 살 청년의 얼굴이 소년처럼 해맑다. 함승우 선수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 물었다. “초등학생 때 컴퓨터 개발에 관심이 생겨서 모아둔 돈으로 용어 책을 사봤어요. 그런데 어려워서 책을 다시 덮었는데 그게 불씨가 된 것 같아요.” 그로부터 몇 년 후 중학교 선배와 컴퓨터 조립을 하며 친해져 대학 전공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대학이 아닌,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고2 때 실습을 나갔던 회사에서 실무와 이론의 차이를 깊이 실감했다.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을 가기로 결심하게 됐어요.” 많이 늦고 어려웠지만 목표가 분명해지니, 점차 성적도 오르고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고. 함승우 선수는 현재 삼육대 컴퓨터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가 꿈꾸던 대학생활은 어땠을까? “학교에 장애지원센터가 있어요. 제가 수업이 있을 때면 도우미가 속기와 필담을 지원해 주세요. 그래서 더 공부하기 수월했어요.” 비장애인 학생들처럼 강의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일 순 없지만, 다행히 지나온 시간만큼의 적응력과 성실함으로 학점관리도 꼼꼼히 해오고 있다. 또한 IT 관련 교내 동아리 활동으로 홈페이지, 게임 등을 만들며 꾸준히 실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여러 경진대회에 출전해 수상 실적도 다양하다. 이처럼 바쁜 대학생활 중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제가 농인이다 보니까 새로운 주문 알림을 바로 못 듣고 모니터로만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돈을 번다는 게 진짜 어렵다는 것도 배웠고, 부모님도 저를 대견해 하셨어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를 준비하는 3개월의 훈련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부분은 있지만 너무 기간이 촉박했어요. 일정대로라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준비를 해야 되는데, 저는 밤 12시, 새벽까지 했어요.” 실수에 대해 고민하는 자신에게 “1등 하지 않아도 돼”,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말씀해주신 부모님과 지도 교수님의 격려를 믿고 금메달이라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요. 소프트웨어 직군 또는 서버 쪽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하며,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와 어학 시험 준비로 오늘도 여념이 없단다. “진짜 원하는 곳에 입사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옆에서 도움을 준 수어 통역사 김선아 씨가 덕담을 건넨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좀 더 나아졌으면 합니다.” 청각장애인 함승우 씨의 마음이 담긴 바람이다. 늦은 오후, 다시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함승우 선수가 꿈꾸는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길 응원한다.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