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잠든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곳! 망우역사문화공원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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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1 14:56
이전에 펜싱 국가대표팀이 야간 공동묘지에서 담력 훈련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만큼 공동묘지 하면 으스스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난 주말 방문한 망우역사문화공원은 그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경성부가 조성한 망우리공동묘지가 그 시초이다. 1973년에 4만 7,000여기의 분묘를 끝으로 매장이 종료된 후 망우묘지공원, 망우리공원 등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2021년이 되어 지금의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이제 묘지는 전체 공원 면적의 4%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울창한 숲과 편안한 산책로가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한용운, 유관순, 방정환, 이중섭, 권진규, 박인환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빛낸 60여 분의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인 등이 잠들어 있어 이름 그대로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명한 공동묘지인 ‘페르 라셰즈’를 들 수 있다. 페르 라셰즈는 쇼팽,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모딜리아니,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 등 많은 유명인들의 묘지가 있어 수많은 추모객과 여행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망우역사문화공원과 페르 라셰즈는 죽은 이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역사와 현재를 반추하며 문화를 느끼는 곳인 셈이다. 2022년에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중랑망우공간’이라는 새로운 시설이 문을 열었다. 중랑망우공간은 망우역사문화공원 초입에 위치해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는 장소로 공원의 거점 역할을 한다. 전시관, 교육실, 미디어홀 등을 갖추고 있어 역사문화 전시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으며, 하늘다리와 전망대에서는 공원을 한눈에 둘러보며 산책할 수 있다. 또한 빛과 그림자, 물결이 공명하는 수(水)공간을 바라보며 고요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카페에서는 따뜻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중랑망우공간은 2022년 서울시 건축상의 우수상과 시민공감특별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건축미가 빼어나다. 공간의 비움과 채움이 적절히 교차하며,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리듬감 있는 변주 역시 아름답다. 건물의 앞면을 따라 길게 배치된 열주 공간은 방문객이 일상의 공간에서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통로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주말,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는 중랑망우공간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봄 마실 축제가 열렸다. 기념식과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참여해 축제를 즐겼다. 먼 길을 달려간 기자의 수고로움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공동묘지라는 선입견에 갇혀 있던 기자의 생각은 중랑망우공간을 거쳐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아름다운 숲길에 들어서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한용운, 이중섭을 비롯한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묘소를 한 곳씩 찾아갈 때마다 역사와 문화 속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명 인사들의 묘지는 잘 닦인 산책로인 망우순환로에서 멀지 않은 곳들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찾기가 수월했다. 또한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는 역사교실과 묘역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누리집을 참고하자.망우역사문화공원 ○ 위치 :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91길 2
○ 교통 : 지하철 상봉역 5번 출구, 망우역 1번출구 에서 하차 → 201번, 202번, 165번, 166-1번, 65번 탑승 → '망우리역사문화공원' 정류장 하차
○ 누리집
○ 문의 : 02-2094-6800~6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