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이야기돌로 만난다! 경희궁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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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14:10
경희궁은 언제 가더라도 크게 붐비는 법이 없다. 사시사철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4대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역사에 크게 관심이 있지 않고서야 경희궁의 창건과 그 이후의 내력까지 모두 알기 쉽진 않다.
이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경희궁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경희궁의 역사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경희궁 이야기돌’을 지난 6월에 경희궁 내에 설치했다. 그런데 잠깐! 왜 문화재청이 아니고 서울역사박물관인가? 다른 4대 궁궐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경희궁은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궁궐은 입장료가 있지만 경희궁은 무료 관람인 것도 차이점이다.
‘경희궁 이야기돌’은 낮은 사각 기둥 모양의 돌에 상판을 설치하고, 상판 부분에 경희궁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적어 놓은 것이다.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을 둘러싼 회랑에 설치되었는데, 동쪽 행각과 서쪽 행각에 각각 6개씩 총 12개가 설치되어 있다. 숭정전의 정문인 숭정문 앞에는 각 이야기돌의 위치와 담고 있는 주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종합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
이야기돌의 내용은 딱딱한 정보 나열 방식이 아니라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어 관람객이 친근감을 느끼며 보다 쉽게 경희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경희궁은 누가 세웠나요?”, “원래 이름이 경희궁이 아니었다고요?”, “경희궁에서 태어나고 승하한 임금이 누구인가요?”, “경희궁은 무엇 때문에 빈터가 되었나요?”, “경희궁 전각을 사용했던 일본인 교육기관은 무엇인가요?”, “경희궁에 다시 돌아온 유일한 건물은 무엇인가요?” 등 질문만 보아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많다.
이렇듯 경희궁 이야기돌은 경희궁의 건설과 활용에서부터 수난과 복원에 이르기까지 경희궁에 얽힌 흥미로운 주제를 엄선해 들려주며 방문객들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12개의 이야기돌'로 경희궁의 역사를 읽는다 경희궁은 1617년(광해군 9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620년에 완성되었다. 원래 경희궁 부지에는 훗날 인조의 아버지인 정원군(원종)의 옛 집이 있었는데, 그곳에 왕기가 서려있다는 술사의 말을 핑계 삼아 광해군은 그 자리에 궁을 세우고 경덕궁(慶德宮)이라 하였다. 하지만 광해군은 이 궁에 들지 못한 채 인조반정으로 왕위에서 쫓겨난다.
영조는 궁궐 이름인 ‘경덕’이 원종의 시호인 ‘경덕(敬德)’과 발음이 같다고 하여 1760년에 ‘경희궁(慶熙宮)’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영조는 재위 기간의 1/3이 넘는 약 19년간을 경희궁에 머물며 경희궁의 위상을 창덕궁에 비견할 정도로 높인 임금이었다. 영조의 아버지인 숙종은 경희궁에서 태어나고 승하했으며, 영조와 순조도 이곳에서 승하하였다. 경희궁에서 즉위식을 거행한 임금도 많은데 경종, 정조, 헌종이 경희궁 숭정문에서 즉위식을 치렀다.
이처럼 조선 후기에 경희궁은 인조 이후 철종에 이르기까지 10대에 걸쳐 임금들이 경희궁을 이궁으로 사용했으며, 동궐로 불렸던 창덕궁 및 창경궁에 대비되어 서궐로도 불렸다.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경복궁의 재건 대신에 새로이 지어졌던 경희궁의 소실을 가져온 것은 역설적이게도 경복궁의 중건 때문이었다. 1865년(고종 2년)부터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경희궁의 주요 전각 몇 동을 제외한 전각 대부분을 헐어 경복궁 공사에 부재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또한 경희궁 뜰에 깔린 전석과 층계석도 광화문 중건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경희궁은 사실상 궁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이후 경희궁은 완전한 소실의 길로 가속화된다. 당시 경희궁에 남아있던 전각은 숭정전, 회상전, 흥정당, 흥화문, 황학정뿐이었는데, 일본인 자녀를 위한 경성중학교가 경희궁 부지에 들어서면서 숭정전 등 전각은 학교 건물로, 빈터는 운동장으로 사용되었다. 1920~1930년대를 지나며 이 건물들마저 모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면서 경희궁의 옛 건물은 경희궁터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경희궁에서 볼 수 있는 전각들은 1980년대 있었던 발굴조사를 기초로 하여 복원된 것이다. 다만 정문인 흥화문의 경우는 일제강점기에 이토 히로부미 추모사찰인 박문사로 옮겨져 정문으로 사용되었다가, 1988년에 경희궁 복원 사업에 따라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흥화문의 원래 위치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금천교 밖 지금의 구세군회관 자리이며 동향이었으나, 지금의 위치에 남향으로 복원되었다. 흥화문 외에 현재 남아 전하는 옛 경희궁 건물은 숭정전과 황학정인데, 숭정전은 동국대학교에, 황학정은 사직근린공원에 있다.경희궁 ○ 관람시간 : 오전 9시 ~ 18시 (입장마감 17:30)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 무료
☞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안내 자세히 보기
○ 문의 : 02-724-02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