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장자락' 따라서 역사의 숨결 되짚어 보는 공간 3곳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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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14:30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침식되고 부식된다. 생명도 그러하고 사물도 그러하고 우리의 기억도 그러하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구가 말하듯 한 공동체의 집단기억인 역사는 우리가 다양하게 소환하고 재발견함으로써 망각의 흐름을 거스르며 다른 세대로, 공동체의 미래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명동 전철역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남산예장자락'은 한 세기 전 국권침탈의 시기에서부터 근현대의 군사독재시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별처럼 찬란하게 빛났던 위인들을 알아가게 되는 역사의 공간이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이 있었고, 일제 침략기에는 조선 침략의 교두보였던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들어섰으며, 군사독재시절에는 고문 수사를 자행하던 중앙정보부가 있던 자리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을 시작해 2021년 6월에 남산예장공원을 개장한 바 있다. 지상에는 녹지공원과 ‘기억6’이 조성되었고 조선총독부 관사 유구터가 보존되어 있다. 지하에는 이회영기념관이 자리한다.|이회영기념관 이회영기념관은 독립운동가이자 공화주의자, 아나키스트로 치열한 독립운동을 펼친 우당 이회영과 그 동지들을 기리고자 조성한 공간이다. 우당 이회영은 1910년 강제 한일병합이 이루어지자 다섯 명의 형제들과 함께 전 재산을 처분하여 만주 서간도로 이주한 후 치열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회영과 형제들은 서간도에 터를 잡자마자 1911년 망명동포 자치기구인 '경학사'와 '신흥강습소(신흥무관학교의 전신)'를 세웠다.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기까지 3,500여 명의 독립투사를 길러냈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봉오동전투(1920년 6월)와 청산리전투(1920년 10월)를 승리로 이끌었다. 고난과 궁핍, 배고픔의 길이었던 독립투쟁을 위해, 이회영은 묵란(먹으로만 그린 난초)을 내다 팔아 독립운동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우당 이회영은 1932년 다롄항에서 일경에 체포되어 뤼순 감옥으로 이감된 후 모진 고문 끝에 순국했다.
우당의 아내이자 동지, 독립운동가인 이은숙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인 도 10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은숙은 신흥무관학교 설립과정과 운영에 참여하면서 가솔을 건사했고, 국내에 들어와서도 독립운동자금을 보내는 등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그가 쓴 (1966)는 그와 이회영 6형제와 동지들의 독립운동 노정을 기록한 한국독립운동 기록보고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며 여성독립운동가의 육필본이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서간도시종기’란 서간도의 시작과 끝을 기록했다는 뜻이다.|기억6 전시관 ‘기억6’은 남산예장공원 지상부에 있는 전시공간이다. 과거 5.16 쿠데타(1961년) 세력이 군사정변 직후 설치한 중앙정보부의 6국이 있던 자리에 조성됐다. 중앙정보부 6국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수사, 취조를 담당했는데, 불법 연행, 강압 수사, 고문 등 인권침해가 두루 자행되었다. 그 고통스런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기 위한 뜻을 담아 ‘기억6’은 우체통 형상을 하고 있다. 내부에는 당시 지하 취조실을 원자재 그대로 제 위치에 복원하고 재현한 기억공간이 있으며, 배우의 연기와 증언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재구성한 관련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남산예장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있다. 기억의 터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기억하며 그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2016년 조성된 곳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공간은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된 통감관저가 있었던 경술국치의 현장이기도 하다. 국치의 공간이 한 세기 만에, 시민들의 참여와 모금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라 하겠다.
기억의 터에는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라는 작품이 조성되어 있고, ▴통감관저터 표지석과 ▴거꾸로 세운 동상도 설치되어 있다.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과 이름, 그리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인 ‘끌려감’이 함께 새겨져 있다.
‘세상의 배꼽’의 가운데에는 힘을 주면 흔들거리는 고흥석(전남 고흥에서 채석되는 화강석의 종류)이 있고 그 주위로는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앉아 휴식을 취하며 생각할 수 있는 자연석이 놓여 있다. 고흥석의 상단에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거꾸로 세운 동상’은 통감관저터에 있었던 하야시 곤스케(을사늑약을 강요하는 등 병탄의 발판을 닦은 자)의 동상을 받치고 있던 판석을 거꾸로 세움으로써 국치의 역사를 반성한다는 의미를 담았다.이회영기념관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길 36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설·추석 연휴·12월25일·선거일
○ 관람료 : 무료
※ 나는 이은숙이다 특별전 : ~ 2023. 10. 31. ☞바로가기
○ 누리집
○ 문의 : 02-755-0610기억6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길 36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공휴일 12:00~15: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 관람료 : 무료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가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