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고가하부에 아늑한 도서관이 돌아왔다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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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14:00
집근처에 도서관이 생기면 뭔가 차분하고 든든한 기분이다. 도서관이란 단어가 품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유독 편안하게 한다. 서울시의 노후화된 고가하부 사업으로 작은도서관이 재탄생한 공간이 있다. 금천구 고가하부에 ‘책이든거리 작은도서관’ 얘기다. 지난 13일 재개관식을 통해 주민의 품으로 돌아온 그곳을 찾았다.지하철 1호선 독산역의 개찰구를 빠져나와 2번 출구로 향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2번 출구로 나오자 바로 작은도서관 건물이 보였다. 고가하부라는 외형적인 특성을 살려, 촘촘한 나무틀로 외관을 장식했으며 이는 얼핏 종암동의 고가하부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다. 이곳은 원래 포장마차와 더불어 버려진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어지럽게 놓여 있던 음침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2013년 고가하부를 정비를 통해 사면이 유리로 된 작은 도서관이 개관했지만, 사람들 발길이 뜸해 활용성이 떨어졌다.책이든거리 작은도서관은 다시 태어났다. 2017년 서울시 고가하부 공간 활용 설계공모 최종 당선작 박진희씨의 설계안을 통해 총 341㎡ 규모에 2층으로 구성된 작은도서관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도서관이 들어섰고 주변 보행로까지 정비됐다. 기존에 컨테이너 박스 하나 놓여 있던 작은 도서관은 확장됐고 주민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됐다. 서울시의 고가하부 사업에 선정되면서 금천구 고가하부에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 거다. 고가하부에 생긴 도서관은 또 어떤 모습일까. 도서관 입구로 향하는 통로에는 사람들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나무 벤치를 조성했다. 실제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한여름에 해를 피해서 잠시 쉬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금천구청 앞에 이어 두번째로 생긴 스마트도서관 역시 작은 도서관 옆에 자리했다. 스마트 도서관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도서관이 문을 닫는 야간에도 책을 반납하고, 대출할 수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책을 검색한 뒤 모바일 회원증을 인식하면 자판기처럼 책이 나온다. 금천구립도서관 회원증이나 서울시민카드앱 회원증을 발급받은 정회원이면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며, 1인 최대 2권, 14일간 도서를 빌릴 수 있다. 작은도서관과 스마트도서관, 이 두 공간이 주는 느낌은 친근하고 편안했다. 고가 아래를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위를 보다 환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작은도서관의 입구로 들어섰다. 체온측정과 QR코드를 찍고, 손 소독을 마친 후 도서관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신간도서와 책 소독기, 식수와 소화기 등이 비치된 1층의 용도는 다양했다. 낮엔 주민들의 회의나 인근 작은 사무실의 세미나 공간으로 대관할 수 있도록 했고 밤엔 주민‧직장인들을 위한 교육 공간을 조성했다. 현재는 거리두기로 이용이 제한된 상태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오르니 본격적인 도서관의 매력적인 공간이 펼쳐졌다. 평일 한낮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천장이 높은 카페에 들어선 기분이었다.2층은 책장으로 공간을 나누고 그 사이 소파와 테이블을 두었다. 테이블마다 공기청정기가 비치됐고, 무엇보다 소파에 한번 앉으면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이 편안해 보였다. 아직 책장에는 드문드문 빈 공간이 보였지만, 1층에는 신간과 사회과학, 2층에는 역사와 문학, 유아와 아동도서를 중심으로 책을 구비해 놓았다. 공간은 아늑했고, 편안했다. 도서 검색대와 책 소독기 등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아담한 공간을 더 화사하게 만드는 커다란 화분도 구비돼 있어 보기에 좋았다. 조용한 음악이 깔리면 분위기가 한층 더 세련된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층은 책을 위한 전시공간이자 쉼터, 달빛극장, 버스킹 등도 가능하도록 가변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폴딩도어, 빔프로젝터 등이 설치돼 언제라도 동아리 활동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작은도서관을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자치구 요청과 더불어 주변 맥락에 적절히 대응해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눈여겨 볼 부분은, 작은도서관의 사서를 ‘우리동네 마을사서’가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며 경력단절이 됐던 지역 주민들이 지역 사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서울시는 금천 고가하부 유휴공간을 지역 주민과 더불어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이 일대가 생기 있고 활기차게 공간으로 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심 고가하부의 변신은 무궁무진했다. 책이든거리 작은도서관 역시 그랬다. 다채로운 공간이 마련된 작지만 알찬 공간이었다. 특히 독산역의 고가 하부는 G밸리와 주택가가 공존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바란다면 코로나19로 힘든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허락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러한 공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일상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온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책이든거리 작은도서관○ 위치 : 서울시 금천구 범안로 1130
○ 가는법 : 지하철 1호선 독산역 2번출구에서 120m
○ 이용시간 : 월~금 09:00~18:00, 주말 휴무
○ 홈페이지 : http://geumcheonlib.seoul.kr/
○ 문의 : 02-853-3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