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위령탑은 왜 양재 시민의 숲에 세워졌나?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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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11:25
“광주에서 건물이 붕괴되는 뉴스를 보면서 삼풍백화점 사고가 떠올랐어요.”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학동 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빌딩이 붕괴됐다.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와 시민들이 깔리고, 결국 9명 사망, 8명 중상의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전문가들은 이 사고를 두고 ‘후진국형 사고’라며 맹비난했다. 철거 업체가 건물 꼭대기 층부터 차례로 허물겠다는 해체 계획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26년 전에 일어난 사고가 생각난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대형 사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경, 삼풍백화점이 붕괴했다. 이 삼풍백화점 사고로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 6명이 발생하는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단일 사고 중에선 가장 많은 희생자를 기록했던 사건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역시 대표적인 인재였다. 이 사고의 원인은 부실시공과 무리한 증축이었다. 삼풍백화점은 당시 넓은 매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상가 건물의 벽을 없앴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각 층에 구멍을 뚫었다. 심지어 무게를 지탱하던 기둥들의 수도 줄였다. 남은 기둥들이 버텨야 하는 무게가 매우 커진 셈이었다. 1989년 12월 서초구 서초동에 완공된 삼풍백화점은 애초에 4층까지 설계됐다. 하지만 정부 기관의 허락없이 무리하게 5층으로 확장 공사를 시행했다. 이때 바닥과 기둥이 새로 추가돼 아래 층 기둥들이 견뎌야 할 무게가 더 늘어났다. 더구나 5층은 처음엔 롤러스케이트장으로 계획했지만 식당가로 불법 변경하면서 배수로 등이 추가돼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투입됐다.안전 불감증도 문제였다. 개장 초기 미세한 진동이 울렸고 물이 새는 등 여러 징조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건물에 균열도 발생했다. 중앙홀과 B관(스포츠센터) 건물에 균열과 뼈대 구부러짐 현상이 일어났다.심지어 건물이 무너진 그 해에도 이런저런 조짐들이 있었다. 5층 북관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겼고 5층 바닥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삼풍백화점 측은 이러한 점들을 인지했지만 쉬쉬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29일에 사고로 이어졌다. 2021년 현재, 삼풍백화점 위치했던 곳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3개 동 중 중앙에 위치한 곳이 26년 전까지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다. 지금 이 주변에선 삼풍백화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당시 서울시는 사고 현장에 위령탑을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서초구청에 근무했던 한 퇴직 공무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족들 보상금으로 거의 천 억원 대가 필요한데 시에 그런 돈이 없었다. 결국 부지를 팔아서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주변에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다.”라고 말했다.주민들의 반대 등 여러 이유들이 겹치면서 서울시의 약속은 2년 만에 뒤집혔다. 서울시는 새로운 위령탑 부지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수정된 장소마다 구의원들이 반대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삼풍백화점 사고 유족들은 많은 상처들을 받았다. 삼풍백화점의 흔적을 발견하려면 양재 시민의 숲으로 가야 한다. 양재 시민의 숲 한 켠에 삼풍백화점 위령탑이 세워졌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이다. 삼풍백화점 위령탑에는 사고 내용과 함께 희생된 502위 이름들이 적혀 있다. 이화여대 김봉구 교수가 제작한 위령탑은 앞으로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햇빛처럼 밝은 세상이 되길 희망하는 내용을 상징화했다.양재 시민의 숲에서 만난 한 시민은 “삼풍백화점 위령탑이 이곳에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왜 여기에 위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최근 삼풍백화점 26주기를 맞아 위령탑에는 많은 꽃다발들과 메시지들이 있었다. 삼풍백화점 사고를 잊지 않은 유족들이 남긴 것이었다.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유족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한 시민은 멀찌감치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최근에 광주 사고 때문에 삼풍백화점 사고가 다시 떠오른다. 지금 젊은이들 중에서는 삼풍백화점에 대해 잘 모를 것 같다. 위령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잊혀져 가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26년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삼풍백화점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최근 광주 건물 붕괴 사고, 미국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항상 거론된다. 하지만 희생된 사람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의 소재지를 아는 시민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양재 시민의 숲을 방문한다면 어렵게 세워져 지난 20여 년 간 많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는 위령탑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 삼풍참사위령탑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234 (양재 시민의 숲)○ 가는법 :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5번 출구에서 4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