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1주년, 별빛과 달빛 벗삼은 청와대의 새로운 풍경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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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3:10
청와대가 개방 1주년을 맞았다. 개방 초기 큰 관심을 받으며 관람 열기는 자못 뜨거웠다. 기자도 취재를 겸해 방문한 바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권력의 심부가 자리 잡았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실제로 본 청와대의 모습은 TV 화면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로 인해 차분히 관람하는 것이 어려웠고, 역대 대통령이 거쳐 간 공간임에도 관련 콘텐츠가 부족한 듯한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개방 1주년…청와대는 어떻게 변했을까? 얼마 전 '청와대 밤의 산책'이라는 야간 개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저 없이 예약했다. 고요한 산책로를 비추는 별빛, 잘 가꾸어진 정원에 쏟아지는 달빛. 청와대의 고즈넉한 밤의 정취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와대 누리집을 살펴보니 개방 1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대 대통령의 일상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모를 청와대라는 본래의 공간 속에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 1년 전의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다.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대통령의 이야기,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 장 (招待, 場)', 그리고 본관 전체 공간에서의 '본관 내부 복원프로젝트'다.
우선, '우리 대통령의 이야기,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전시에서는 제1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각 대통령의 일상적인 면을 잘 드러내는 물품, 사진이나 재임 시기와 관련된 자료,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물품과 사진이 전시돼 이곳 청와대 공간의 역사성을 비로소 실감나게 한다. '초대, 장 (招待, 場)' 전시에서는 청와대 가구와 식기가 전시돼 있다. 청와대를 권력의 심부, 엄중한 정치 공간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이곳에서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이 희로애락을 함께한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감을 묵묵히 바라보며 자기 자리를 지켜온 가구들, 그리고 내외빈을 반긴 상차림이나 일상의 식탁에 올려진 기품 있는 식기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어, 본관 전체 공간에서 진행되는 '본관 내부 복원프로젝트'는 청와대 본관의 내부 장식을 대통령의 공간이었던 시기에 준하여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실 개방 초기, 청와대 내부 관람 시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번 복원프로젝트 전시회가 마치 그에 대한 응답인 것도 같았다.
대표적인 공간이 국무회의 장소로 사용되었던 세종실인데, 이곳에서는 ‘일월도’와 ‘훈민정음’ 벽화가 걸려 있다. 조선시대의 ‘일월오봉도’가 어좌 뒤편에 배치되어 왕의 권위를 상징하였듯이, ‘일월도’ 역시 세종실에서 대통령의 좌석이 배치되었던 북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남쪽 벽면에 있는 ‘훈민정음’은 대형 실크스크린 벽화인데, 무수한 중국 한자를 겹쳐서 만든 바탕 위에 은색의 월인천강지곡체의 한글로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을 시각화했다. 세종실로 들어가는 입구 좌우에는 조선시대 당상관 이상의 문관과 무관의 관복에 부착하였던 흉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 걸려 있어, 세종실이 조선시대 조정에 그 역사적 맥이 닿아 있음을 상징한다.
이렇듯 청와대 본관은 1991년에 신축되었을 때 한국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강조하고 전통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등 다섯 가지 기본 개념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내부 장식을 진행했다. 이제 본관 내부 복원프로젝트에 따라 낡고 훼손된 부분들은 정비하고 여러 공간이 순차적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청와대의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국민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한다. 이제 청와대에 권력은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위엄 있는 모습으로, 동시에 친근한 공간으로 국민 곁에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별빛, 달빛을 벗삼아…밤을 거닐며 만나는 새로운 청와대 잘 가꾸어진 숲과 정원, 그 사이로 난 산책로는 청와대의 자랑이다. '청와대 밤의 산책' 프로그램은 별빛과 달빛을 벗삼아 밤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들 수 있었던 멋진 행사였다.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음악 공연도 보고 사진도 찍고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을 갖다 보니 어느새 종료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구 본관터 인근의 소정원에는 운치 있는 조명으로 꾸며진 ‘빛의 정원’이 마련됐다. 어스름한 초여름 저녁에 잔잔한 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정원은 고요하고 그윽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진 아름다운 국악 선율은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녹지원 인근의 숲에는 ‘신비의 숲’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조명기를 이용해 숲 전체가 마법의 숲처럼 빛으로 반짝이는 황홀한 모습은 감탄을 절로 자아내었다. 관저에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현악 2중주가 펼쳐져 여름밤의 낭만을 불러내었다. 인근에는 ‘치유의 길’이 마련되어 밤의 산책의 대미를 장식한다.아쉽게도 현재 '청와대 밤의 산책'은 모든 날짜의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 11일간의 행사 기간이 조금 짧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음 번 행사를 기다리며 밤의 청와대를 사진으로 만나보자.청와대 관람 안내 ○ 관람 시간 : (3~11월) 9시~18시 (입장마감 17:30) / (12~2월) 9시~17:30 (입장마감 17시)
○ 휴관 : 화요일
(※ 화요일이 공휴일 또는 대체공휴일과 겹치는 경우에는 화요일은 정상 개방되며, 그 다음날이 휴관일)
○ 누리집
○ 문의 : 1522-776 ○ 장소 : 청와대 본관 세종실 및 인왕실○ 기간 : 2023. 6. 1. ~ 8. 28. ○ 장소 :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 기간 : 2023. 6. 1. ~ 8. 28. ○ 장소 : 청와대 본관○ 기간 : 2023. 6. 1. ~ 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