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벚꽃길! 동작구 만안로·영등포구 대방천로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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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 14:04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때 되면 바뀌는 계절,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따스한 햇살에 화사한 봄꽃을 보면 괜시리 설레고 반갑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리 찾아온 벚꽃에, 벌써 벚꽃을 구경하고자 하는 시민들도 많다. ‘진해 군항제’와 같은 벚꽃이나, ‘광양 매화축제’는 전국을 대표하는 봄꽃 축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숨겨진 봄꽃 명소가 많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난 작은 골목길도, 도심 속 가로변에도 봄꽃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또한, 벚꽃하면 떠오르는 서울의 명소인 ‘여의도한강공원’이나 ‘서울숲’도 자타공인 인정하는 봄꽃 명소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시는 봄꽃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의 봄 꽃길’을 매년 선정해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가 선정한 '봄 꽃길 171선'은 도심 내 공원부터 가로변, 하천변, 골목길 등 총 244km에 이른다. 올해는 응봉근린공원, 중랑천 장미정원, 신내로, 망우리공원, 우이천 벚꽃길 등 5곳이 추가됐다. 서울의 봄 꽃 길은 크게 4개의 코스로 나뉜다. 가로변에 수놓은 봄꽃은 ‘도심 속 걷기 좋은 봄 꽃길’에서, 여의도 한강공원과 같은 공원에 놓인 봄꽃은 ‘공원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꽃길’, 중랑천 등은 ‘물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봄 꽃길’, 양재대로 녹지대 등은 ‘산책길에 만나는 녹지대 꽃길’이다. ☞ [관련 기사] 꽃으로 물든 서울! 발길 멈春 '봄꽃길 171선'
이중 시민들이 거리에서 가장 쉽게 만나게 되는 서울의 봄 꽃길은 도심 속 걷기 좋은 가로변 꽃길이다. 총 74개의 꽃길이 선정됐는데, 워커힐길, 벚꽃로, 청계천로 등 익숙한 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두 곳의 꽃길은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성한 꽃길이기도 하다. 바로, 동작구 노량진역~상도역을 잇는 ‘만양로’와 영등포구 ‘대방천로 14길’이다.고시생을 품은 벚꽃, 만양로 만양로는 7호선 상도역에서 1호선, 9호선 노량진역을 잇는 왕복 2차선의 작은길이다. 만양고개가 있어 만양로로 지정됐는데, 옛날 이 고개는 깊고 험한 데다 고개가 워낙 길어서 ‘마냥 넘어간다’라는 이름으로 불려 마냥고개로 불렸다고 한다. 이후 만양고개가 됐는데, 이름처럼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마냥 걸어갈 수 밖에 없다. 한 편의 만화 같은 풍경을 두눈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만양로 벚꽃은 ‘노량진’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한 편의 소설 같은 분위기를 뿜어낸다. 바로, 노량진 고시촌이다. 일부 시민들은 매년 봄이 찾아오면,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수험생들이 복잡한 심경을 생각한다고도 하는데, 어쩌면 벚꽃 구경하기 힘든 수험생들을 위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만양로 벚꽃은 위로와 희망을 담은 것 같다. 시험에 좌절한 ‘나’를 보면서, 만양로에 만개한 벚꽃이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고, 겨울 동안 숨죽이던 꽃망울이 터져 화려한 벚꽃이 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만양로의 벚꽃은, 다른 벚꽃보다,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만개한 벚꽃 아래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누군가를 태우고 목적지로 달려가는 마을버스는 바쁜 서울살이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그만한 기쁨이 되어주는 것 같다.그 외에 저렴한 가격과 맛있는 음식이 즐비한 컵밥거리와 바로 연결돼 주머니 사정 어려운 청춘들에게 작은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인근 노량진의 물가는 서울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지역주민의 기부로 만든 벚꽃길, 대방천로 14길 영등포구의 벚꽃을 생각하면, 열에 아홉은 여의도 한강공원이나 윤중로를 생각한다. 하지만, 영등포구에는 조금 특별한 벚꽃길이 있다. 약 400m의 짧은 거리에 평범한 일차선 도로. 언뜻 보면 작은 골목길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봄이 찾아오면 이곳은 벚꽃이 골목길을 수놓는다. 따라서 영등포구는 이곳을 ‘신길벚꽃거리’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벚꽃들은 모두 지역 주민이 조성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주민들이 단지를 형성하면서 벚꽃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따라서 모든 벚꽃나무에는 이른바 ‘이름표’가 달려있다. 어떤 단체나 개인기부자가 기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대방천로 14길은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아름다운 벚꽃이 골목길을 수놓고, 지역 주민들은 벚꽃을 휘날리며 멋진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올해도 똑같이 찾아온 봄이고 벚꽃이지만, 매년 색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4월 8일에 예정된 동네 축제에서는 바자회부터 먹거리장, 아이들의 그림 전시회, 주민노래자랑 등이 진행된다. 벚꽃아래서 즐기는 하나의 지역 문화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야간에는 지역 주민들이 조성한 청사초롱이 은은하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대방천로 14길은 더 특별한 셈이다.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벚꽃길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한땀 한땀, 손수 식재한 벚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역 주민들도 매년 봄을 기다린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어르신은 “누군가에게 매년 떨어지는 벚꽃이지만,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조금씩 조금씩 심어놓은 벚꽃 나무가 이렇게 잘 자란 것을 보니 흐뭇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