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달집이 타오른다! 도심에서 맞이한 정월대보름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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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0:00
남산골한옥마을에서 4년 만에 정월대보름 맞이 ‘봄달: 봄날에 뜬 달’ 행사가 있었다. 입춘이었던 지난 2월 4일 올해의 입춘첩을 붙인 정문을 들어서니 많은 시민들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보았다. 이날 좋은 글귀를 적어 집안 곳곳에 붙이고 서로 복을 기원했다. 한 번 붙인 입춘첩은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 입춘이 오면 다시 새해의 입춘첩을 덧붙이는 게 관례라고 한다. 지금도 입춘을 맞아 가장 많이 쓰이는 문구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천우각 광장에 달집태우기를 할 '소원나무'가 들어서 있었다. 노란 소원지가 꽃처럼 무성해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소원이 꽃처럼 피었다. 한옥마을 관계자가 시민들의 소원지를 하나하나 묶어주었다. 일요일 오후여서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부럼깨기 체험’은 이미 재료가 소진돼 아쉬웠다. 바로 옆에서는 소원나무에 매달 소원지를 쓰느라 무척 진지한 분위기였다. 소원지를 적은 시민들은 바로 앞에 매달린 줄에 정성스레 매달았다. 짚으로 엮은 줄에 소원지를 묶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누군가 손을 보태 묶어주곤 했다. 소원지가 줄에 가득해지면 광장의 달집으로 가지고 가서 빙 둘러 주었다. 시민들은 소원지를 적는 부스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간절한 마음을 적고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에 소원을 적는 그 손길에 마음을 보태고 싶어졌다. 한옥마을을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흙마당만 있어도 잘 놀았다. 뭘 하는지 머리를 맞댄 채 한참을 놀고, 땅에 금을 그어 땅따먹기에도 바빴다. 아궁이에 올라가 솥뚜껑을 열어보는 것도 놀이가 되고 호기심에 우물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심심할 새가 없어 보였다. 마당에는 투호 던지기와 고리 던지기 등 전통놀이도 준비돼 있었다. 아이들 못지않게 어르신들도 곧잘 함께하곤 했다. 어느덧 2023년의 첫 보름달이 떠올랐다. 달집태우기를 할 때 혹시나 불티가 날아가 불이 붙을 수도 있어서 미리 곳곳에 물을 뿌려 준비하고 소화기도 챙겨 놓았다. 소방차도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까지도 시민들이 쓴 소원지를 가지고 와서 달집에 둘렀다. 풍요의 상징인 대보름달 아래서 달집을 태우는 것은 액운을 쫓고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세시 풍속이다. 오후 6시부터는 사물놀이 팀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신명나는 공연이 이어졌다. 광개토사물놀이 팀의 ‘축원 지신밟기 혼의소리’가 펼쳐졌다. 휘영청 뜬 정월대보름달 아래 액운은 막고 한 해의 평안과 만복을 기원하는 공연이었다. 드디어 달집에 불을 붙일 시간이 왔다. 보름달이 둥실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이 닿자마자 마음을 담아 쓴 소원지가 활활 타올랐다. 묵은 날의 근심과 짐마저도 멀리 날려 보내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할 순간이었다. 달집태우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조금 숙연해보였다. 기도하듯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하는 시민도 있었다. 달집은 순식간에 타올랐다. 그 기세로 나쁜 것들, 버리고 싶은 것들을 다 몰아내고 새로이 좋은 기운만 찾아들기를 기원했다. 이제 입춘이 지나고 정월대보름도 맞았다. 지나간 해의 아쉬움과 미련 다 모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한 해, 다시 맞는 새 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첩을 직접 써 붙이지는 않았더라도 마음의 입춘첩 하나씩은 담아도 좋겠다. 입춘을 맞아 축원을 하는 인사 가운데 '소문만복래(웃으면 만복이 온다)' 등도 있다고 한다. 즐겁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즐거워지고 만복이 온다고 하니 2023년에는 모든 시민들이 자주 웃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남산골한옥마을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34길 28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20: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누리집
○ 문의 : 02-6358-5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