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니 신바람 나는 인생! 어르신 문해교실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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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15:08
“교재 13쪽 그림 위에 불평이 걷히고, 이게 나왔어요. 자, '거'에다가 무슨 받침일까요? '거'에다가 '디귿' 받침이 있는 '걷히다'. 한 번 읽어볼게요. 걷히다.”
평균 연령 70대 중반 어르신들이 강의실에 앉아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따라 읽는다. 이곳은 지난 3월 6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 용산구 평생학습관 어르신 문해교실이다. “선생님, 겉절이 할 때도 그렇게 쓰는 거예요?” 앞자리에 앉은 어르신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한다.
“좋은 질문하셨어요. 겉절이는 '겉'만 살짝 절인다는 뜻이에요. 어머님들 집에서 겉절이 김치 해 드시잖아요? 그 겉절이 받침은 '티읕'으로 '걷히다'와는 달라요.”
평소 말할 때는 잘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맞춤법에 관해 하나씩 배워가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겉절이 이야기 덕분에 어르신들은 오늘도 한글 공부가 즐겁다.
배움을 향한 어르신들의 열정은 코로나 상황에도 멈추지 않았다. 대면 수업이 힘든 때에도 1:1 전화 수업 방식으로 문해교실의 운영을 이어갔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올해 새 학기 개강은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집에서 혼자 하려면 공부가 안 돼. 계속 텔레비전 보게 되잖아요. 여기 돌리고, 저기 돌리고.(웃음)”“저는 이런 데가 있는 걸 몰랐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왔어요. 글자 한 번 볼 거 두 번 보고, 두 번 볼 거 세 번 보고 계속 써 봐요.”어린 학생들이 공부에 관해 겪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어르신들의 진솔한 경험담이 인상적이다. “오늘도 새로 어르신 한 분이 오셨는데, 대부분 자녀 분들이 많이 모시고 오세요. 학습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하기 때문에, 적응을 못해서 다시 나가셨던 분은 한 분도 안 계세요.“ 이곳에서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허은성 평생교육사의 말이다. 처음엔 20명 규모로 시작해 5년 만에 3개 반 50여 명의 어르신들과 만나고 있다. 문해교실 고급과정 이루리 반에서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각오를 들었다. “내 나이가 80살만 됐어도 끝까지 다녀보겠는데, 90이 넘었으니 그저 다치지 않고 조심히 다녀야겠죠.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 보는 게 제일 좋아요.” 92세 최고령 어르신의 이야기에 학생들이 다 같이 큰 박수로 환호했다. “태풍 뉴스를 들을 때, 예전에는 날씨 용어가 어려우니까 잘 몰랐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자세히 알려주셔서 이제는 제 눈과 귀가 조금은 열린 거 같아요.” 많이 배우지 못한 평생의 한을 풀게 해줘 고맙다는 손영자 어르신(82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가방 속에는 교재와 필기도구, 알파벳 글자판까지 늘 갖고 다니며 공부를 한다. “어르신들이 여기에 오시는 이유는 그 분들의 삶이 바뀌기 때문이거든요. 작은 것으로 크게 변화시키는 게 문해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스로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고, 또 주변 인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한글 기초 교육은 물론,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 등 생활문해교육을 맡고 있는 김인숙 강사의 진심 어린 바람이다.집에서는 맨날 엄마, 어머니 그러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학생이 돼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너무 좋아요. 출석 확인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한 어르신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다음 시간에도 변함 없이 필통 한가득 연필을 채워 올 문해교실 어르신들을 응원한다.용산구평생학습관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24-19 용산구평생학습관(한남동공영주차장 2층)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 주말 휴관
○ 용산구평생학습관 수강신청
○ 문의 : 02-2199-6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