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 조선의 관청 ‘육조거리’, 현실 재림하다!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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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13:48
고고학자가 들려주는 광화문광장 일대 매장문화재 이야기 참관기“조선시대 광화문 앞엔 국가 정무를 나누어 담당했던 육조(六曹)가 있었고...”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사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이 구절이 생각날 거다. 필자 역시 광화문 앞을 지날 때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광화문 앞 대로에 놓였던 조선시대 관청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 우리문화와 역사를 다시 보자는 취지로 이전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여러 기획 행사들에 참여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막연했다.광화문광장에서 대거 발견된 조선시대 육조거리 흔적그러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이 발표되고 현장실사가 이뤄지면서 그 흔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려·조선은 물론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를 겪으며 흥망성쇠를 거친 광화문광장은, 다시 태어나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숱한 공사와 정책들이 제일 먼저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궁궐 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옛 흔적을 찾는 일이 쉽진 않은데, 새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현장 실사 중 조선시대 유구를 발견하고 그 원형을 복구하는 일이 이뤄지고 있다. 새 광화문과장 조성 사업은 ‘역사성 회복’이라는 취지 아래 2019년 1월부터 현장 시굴, 정밀 발굴 등 문화재 발굴 조사를 위해 시민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9단계로 진행되어 왔다. 6단계가 진행될 무렵 조선시대 수로, 석렬(石列) 등 관련 문화재를 확인했고, 사업구역 내 시설물 설치 구간(약1만4,600㎡) 전역에 대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올 3월, 매장문화재의 시기는 조선시대로 유구는 삼군부 터, 사헌부 터, 병조 터, 공조 터 등이며, 유물은 조선시대 자기편, 기와편 등이 출토되었고, 시민에게 공개해 직접 그 현장을 지켜볼 기회를 마련했다.인기폭발! 광화문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현장 해설 프로그램광화문광장 문화재 발굴현장 참관 신청은 광화문광장 홈페이지(https://gwanghwamun.seoul.go.kr)를 통해 이뤄졌다. 신청 시작 당일인 5월 11일 8시 55분부터 계속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으나 내내 불통이었고, 20여 분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할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매회 선착순 12명 마감이라 재빨리 문서를 작성해서 공지된 메일로 송부했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착순에 들었는지, 메일은 잘 도착했는지 확인 과정도 거쳤다. 5월 21~29일 총 18회(오전 11시, 오후 1시, 하루 2회) 매회 12명씩 총 200명의 신청자를 받았는데, 신청 당일 마감 공지가 올라왔다. 확정 문자를 받은 며칠 후, 당일 기상 상태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는 문자를 받고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설명회가 시작된 오전엔 비의 양이 줄어들어 변동 없이 그대로 설명회에 참관할 수 있었다. 역사는 살아있다! 발굴현장 탐방현장에 도착해서 광화문에 높게 세워진 가림판 안쪽으로 들어섰다. 파란 방수포를 덮어놓은 군데 군데 쌓인 흙더미들과 원래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있던 여러 흔적들과 함께 기대했던 유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발굴 현장 한쪽에 설치된 천막에서 참석자들이 방역 관련 서류작성 후 안전모와 조끼를 착용했고, 준비된 자료를 읽으며 대기했다. 필자 앞에는 울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 여행을 온 엄마와 초등학생 아들도 동석했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단다. 안내 자료도 성인용과 어린이용 두 가지로 준비되어 주최측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해설 프로그램은 평일은 조사 현장 해설 위주였고, 주말은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해설과 고고학 체험(모형유물 접합 및 복원)이 곁들여졌다. 해설 프로그램은 발굴 진행 경과 브리핑, 현장 해설, 기타 질문, 설문지 작성 등 약 1시간 정도 소요됐다. 먼저 전문가의 설명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발굴 상황을 10여분간 준비한 시각 자료와 함께 본 후, 발굴 진행 및 진행 예정 중인 8곳 중 바로 시민들이 직접 들어가서 볼 수 있는 2지점인 삼군부 영역과 4지점인 사헌부 영역의 현장 설명이 이어졌다. 정부청사 앞 조선시대 군사업무를 총괄했던 삼군부 영역외행랑 기초가 발굴된 삼군부터인 2지점에서는 1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와 조선전기로 추정되는 건물지 일부가 확인됐다. 현장에선 설명 자료로 현장을 복기한 후에 직접 내려가서 지층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광화문과 가까운 위치부터 세종로 방향으로 15~20세기까지 각기 다른 시대의 퇴적층과 흔적들을 정리했고, 유구의 종류에 따라 분류를 해서 바닥에 다른 색으로 경계를 표시해두었다. 삼군부 영역 맞은편엔 2013년부터 7년여의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인 의정부 터 발굴 및 정리가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작년 7월 국가지정 문화재(사적)로 지정됐다. 일제 강점기 때 훼손되고 고층건물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옛 육조거리의 흔적이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게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던 건 행랑 화방벽 적심과 사진 속에 존재했던 전신주의 위치인데 사진으로 비교해 보면 꽤 설득력이 있다. 세종로 공원 앞 조선시대 관리 감찰 기구 ‘사헌부’로 추정되는 유구 발굴세종로 공원 앞쪽에서는 사헌부의 위치를 가늠케 하는 문지(門址·문이 있던 자리)와 우물, 배수로 등이 발견됐다. 우물에는 자기 파편이 끼어져 있어 연대 추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16세기 육조거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배수로도 확인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앞선 지역보다 더 쉽게 매몰된 후 부식된 현대의 하수도관이나 통신선 등의 시설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는 시대와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직도 발굴 및 연구 진행 중이라 이후의 발표가 더 기대된다. 전체 조사대상지(1만100㎡) 가운데 약 40%(4,000㎡)에서 조선시대 유구가 나왔고 이들 중엔 15~19세기 조선시대의 관청 터를 비롯해 민가 터와 담장, 우물 터, 수로, 문지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 조각(자기편), 기와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도 다수 출토됐다. 이 발굴 유물들은 어떻게 시민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현장 관람을 마친 후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발굴 작업이 완료되면 발굴된 유구를 어떻게 보존 및 전시하면 좋을지 등의 설문지가 있었다. 워낙 오랫동안 교통로로 기능을 하던 곳이라 이견이 없진 않겠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나는 만큼 발굴된 유구가 현지 보존되어, 교육적 가치가 높은 일부 유구라도 시민들에게 더 폭넓게 상시 공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광화문 월대 복원 사업얘기도 들려오니 전통과 현대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역사문화도시로 달라질 서울과 광화문광장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 광화문광장 홈페이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