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숲을 옮겨왔다! '다산성곽도서관'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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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11:20
한양도성 남산 성곽길에 '다산성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약 1km정도 이어지는 이 구간은 남산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날 성곽길을 따라 도서관을 찾아가보았다. 경사지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집들 사이에 다산성곽도서관 야외독서쉼터의 옥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사한 지붕 아래 시민들이 앉아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이제 막 문을 연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다산아트 공영주차장 상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지상 3층과 실외공간으로 꾸민 도서관의 2층이었다. 먼저 안내데스크 너머 작은 정원과 원형 서가가 눈에 들어왔다. QR코드와 발열 체크 후 돌아보니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지친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카페 같았다. 초록 식물들이 자라고 둥글게 둘러싼 서가에는 책이 여유 있게 꽂혀 있었다.천천히 서가의 책들을 살펴보며 걷다 보니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졌다. 2층보다 더 넓은 실내정원이 초록의 숲에 들어선 듯 청량했다.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는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 놓으니 바깥 공간이 그대로 도서관이 된듯했다. 한 시민이 빗소리를 들으며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살이 비치면 또 그대로 멋진 독서 공간이 될 분위기였다.1층 유아어린이 자료실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다. 엎드려서 책을 읽는데 바닥이 차가워 매트를 깔아줬다고 한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 안쪽으로는 커뮤니티실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하게 될 공간이다.다산성곽도서관의 백미는 3층 청소년 자료실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구문화재단 도서관운영팀 배수임 사서는 도서관이 문을 열기까지 중구 다산동 주민들과 주변 장충중학교, 장원중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계속됐다고 강조했다.구상 단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수차례 진행했고 주민추진단 7명이 지속적인 토론을 거쳐 '쾌적하고 카페 같은', '성곽길과 어울리는' 숲속 도서관을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함께한 추진 위원들은 앞으로도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다. 청소년 자료실 역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들을 마련해놓았다. 특히 남산 성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창가 공간은 다락방처럼 아늑하고도 편안한 쉼터처럼 보였다. 이 공간에서는 창밖에 펼쳐진 한양도성과 저 멀리 북한산과 마천루, 다산마을의 옹기종기 자리한 집들이 들려주는 의미를 살펴보는, 또 다른 의미의 독서가 가능할 것 같다.청소년 자료실 공간이 맘에 든다고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그 아늑한 공간은 청소년들에게 양보하고, 실외로 나오면 정문 옆으로 아담한 테라스가 있다. 햇살 좋은 날 일광욕하며 책 읽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그 옆에는 주민들과 함께 운영할 공유텃밭도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통로가 미로 같아서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야외독서 쉼터로 들어갔다. 전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고 하는데, 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밝은 지붕을 드리웠다. 앞으로는 이 멋진 곳을 무대 삼아 마을 주민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것이다.다산성곽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세대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의 거점 공간을 꿈꾼다. 또한 한양도성을 찾아 성곽에 오른 시민들이 지친 몸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의 역할도 하길 바란다. 도서관에서는 한양도성 해설사들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며, 성곽을 걷고 온 시민들에게 즐거운 이벤트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은 도서관이 어떤 모습으로 주인들의 일상에 터 잡으며 발전하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다음에는 다산성곽길에서 국립극장을 거쳐 남산북측순환로, 한옥마을로 이어지는 ‘건강올레길 제1코스’를 걸어봐야겠다. ■ 다산성곽도서관○ 주소 : 서울시 중구 동호로17길 173○ 운영시간 : 화~일요일 9:00~22:00 (월요일과 법정공휴일 휴관)○ 문의: 02-2230-2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