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도 가볍게! DDP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서울을 걷다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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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8 13:39
지난 9월 25일 코로나19 3년 만에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 열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부터 광화문광장까지 4.4킬로미터를 사전신청한 5,000명의 시민이 함께 걸었다. 참가자들은 ‘서울길에 바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적어 가방 등에 부착하고 길을 나섰다. 정각 8시, 카운트다운을 신호로 걷기가 시작됐다. 서울시장도 함께 걸었다. 차량통제를 한 도로가 쾌적했다. 흥인지문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좋았다. 성곽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벤치에 앉아 쉬던 시민들이 물었다. "시위하는 건가요?"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라며 광화문까지 걷는 행렬이라고 말하자 “아, 어쩐지 참 평화로워 보여요"라는 답이 나왔다. 벤치에 앉아 아침빛에 물든 수크령 너머 흥인지문을 만끽하고 있는 그 시민들의 모습도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청계천과 흥인지문, 종묘와 운현궁 등 행렬이 지나가는 곳곳에 '서울길 스토리' 안내판이 세워져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읽으며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충신동을 걸을 때 1킬로미터 지점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리듬을 얻었다. 돌진하듯 걷던 걸음이 점점 여유로워졌다. 시민들은 손에 손을 잡고 편안하게 걸었다. 충신동을 지나 이화사거리도 통과했다. 평소에는 차량 통행이 많던 길을 마음껏 활보하는 기분이 괜찮았다. 차량을 통제한 율곡로터널은 멋진 무대가 되었다. 레이저 불빛이 벽을 물들이고 흥겨운 음악이 쏟아졌다. 잠시 낯선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뜻밖의 이벤트에 시민들의 발걸음도 더 가벼워졌다. 창덕궁 앞에도 안내판이 서 있었다. “창덕궁이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걸어가며 잠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창덕궁에 대해 조금 친근해지는 것 같았다. 가끔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수신호에 따라 정지하기도 했다. 여러 지점에 혹시 있을 수도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도 대기 중이었다. 서울공예박물관 앞 도로에 '3킬로미터' 걸었다는 표지가 있었다. 드디어 광화문광장에 닿았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어온 시민들은 광장에 마련된 시원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새로 단장한 광화문광장 여기저기 자리하고 앉아 쉬며 공연을 즐겼다. 5,000명의 시민이 광장에 들어오니 정말 다양했다. 어렵지 않은 프로그램이어서 어르신들도 많고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에 아이들을 태운 젊은 부모도 있었다. 그리고 반려견과 같이 걸어오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친구들, 가족과 예쁘게 만들어놓은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완주를 인증하면 포토존 전광판에 원하는 문장이 표시되기도 했다. 역시 캐릭터들은 인기만점이었다. 서울의 상징인 해치는 물론이고 잠만보, 꼬부기 등도 등장했다. 어린이들은 당연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가가고 어르신들도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었다. 광장에는 서울시 사진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되고 트릭아트도 배치돼 즐거움이 배가됐다. 평소에는 걸을 수 없는 서울의 도로를 두 발로 걸은 아침, 걷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이제 햇빛은 더 부드러워지고 바람은 더 상쾌해지는 가을이다. ‘걷는 도시, 서울’, 시민들이 더 걸으면 서울은 걷기에 더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