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심폐소생술' 실습으로 배우세요!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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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5:24
임신하고 나서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여러 지식을 습득하던 중, 아이의 기도가 폐쇄됐을 경우의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을 이론으로 배우며 불안감이 스쳤다. “과연 실제 상황에서 내가 이론으로 배운 하임리히법을, 올바른 방법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과 달리 실습할 곳이 없었기에 하임리히법을 쓸 일이 없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지난 10월 이태원 참사로 가슴 아픈 뉴스가 연일 세상을 뒤덮자, 심폐소생술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관심이라기보다 이제는 누구나 꼭 배워야 할 필수 요소인 심폐소생술. 인터넷 검색창에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해 찾아보고 '중앙응급처치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지자체 지원 응급처치 교육을 신청했다. 가장 빨리 예약할 수 있는 날이 12월이어서 한 달 정도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교육을 받았다.
중앙응급처치교육원의 ‘서울시 서초구민·직장인 대상 응급처치 상설 교육’은 1급 응급구조사가 진행하며, 2시간 진행되는 기본교육과 4시간 진행되는 심화교육(법정의무교육) 과정이 있다. 기자는 4시간 심화교육 과정을 선택했다. 심정지에는 급성 심근경색, 전기 감전, 익수 사고, 약물 과다, 질식, 알러지 반응, 외상, 뇌졸중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심폐소생술이란 정지된 심장을 대신해 두 손으로 '심장'과 '뇌'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해 주는 응급처치다.
심정지가 오면 골든타임은 4분이다. 4분이 지나면 뇌에 손상이 심해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진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 신고를 하고 나면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평균 5분에서 15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이 정말 중요하다. 제대로 배워 두면 내 가족은 물론 이웃도 도울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배우다 보니 따라붙는 질문이 생겼다. “내가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갈비뼈가 부러지면 어떻게 하지? 고소 당하는 것 아닌가?”심폐소생술은 체중을 실어 있는 힘껏 가슴을 압박해야 하므로 열에 여덟은 갈비뼈가 부러진다고 한다. 갈비뼈는 부러질 경우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붙는 뼈다.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엔 환자가 사망하기에 갈비뼈 골절 걱정보다는 당장 쓰러진 환자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심장이 먼저 살고 나면, 나머지는 병원에서 처치할 수 있다. 또한 구조 활동으로 인한 고소는 면책되고 기각된다고 한다. 심정지가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했다면 첫 번째로 구조자의 안전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구조자의 안전이 확보됐다면 환자의 의식을 확인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환자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목부터 허리까지 큰 신경이 지나간다. 목뼈 골절이 되었을 경우 함부로 움직이면 전신마비나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의식을 확인할 때엔 절대 흔들지 말고, 환자의 양 어깨를 세게 두드리며 의식을 확인한다. 사람의 청각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으므로 어깨를 흔들며 목소리도 꼭 내어야 한다.
환자에게 의식이 없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을 특정해 지목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파란색 모자 쓰신 남자 분, 119 신고 부탁합니다.", "노란 셔츠를 입은 여성 분, 1층 로비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다 주세요." 라고 특정해 도움을 요청하면 책임감을 부여 받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이제 환자의 호흡을 확인한다. 환자의 얼굴-가슴-배 순서로 순차적으로 숨을 쉬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심정지를 확인했다면, 환자를 단단한 바닥에 바르게 눕히고 환자 옆에 어깨 넓이로 무릎을 꿇고 가슴 중앙에 두 손을 포개어 가슴을 압박한다. 가슴 압박의 부위는 가슴뼈 아래쪽 1/2 지점이다. 압박 위치에 구조자의 어깨와 환자의 몸이 수직이 되게 하고 팔을 곧게 편 상태로 환자의 가슴을 힘차고 부드럽게 30회 압박한다. 깊이는 5~6cm, 1분에 100~120회 속도로 압박과 이완을 동일한 비율로 실시한다.
가슴 압박을 하다 보면 압력으로 인해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계속 가슴 압박을 하면 된다. 인체 모형으로 심폐소생술(CPR) 실습을 했다. 인체 모형이지만, 환자 앞이라 생각하니 낯설었다. 방금 배웠던 이론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며 나도 모르게 환자의 어깨를 흔들었다. 아뿔싸. 목뼈 골절의 위험이 있으니 환자를 흔들면 안 되는데 바로 실수했다. 이렇게 실습으로 실수를 해서 다행이다. 실수로 배웠으니 현장에선 실수하지 않을 것 같다. 이어 주변 사람을 특정 지목하여 119 신고 및 자동심장충격기 요청을 하고 환자의 호흡을 확인한 후, 가슴 압박할 준비를 했다. 압박의 위치를 이론으로 배웠지만, 엉뚱한 곳을 짚었다. 1급 응급구조사 선생님께서 바른 위치를 알려주어 다행이다. 인체 모형을 대상으로 가슴 압박을 제대로 하면 인체 모형에서 소리가 딸칵 난다. 이 소리가 나게끔 체중을 실어 압박을 해야 한다. 팔을 쭉 펴고 체중을 실어 꾹꾹 누르는데, 금방 힘에 부친다. 실제로 해보니 제대로 하는 건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힘이 빠지는 순간 이 사람이 위험에 빠진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절실해졌다. 동시에 내가 살릴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가슴 압박 30회 7번, 대략 2분의 실습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2분도 이렇게 힘든데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워졌다. 나 혼자서는 잘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번갈아 해 준다면, 구급차가 올 때까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직접 해 보는 것과 이론으로 아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심폐소생술을 올바른 방법으로 배워 두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이 도움 받을 수도 있다. 많은 시민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직접 받기를 바란다.중앙응급처치교육원 (서초구민·직장인 대상 응급처치 상설 교육) ○ 장소: 서울시 서초구 동산로 13, 7층
○ 교통: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신청: 누리집(홈페이지)
○ 문의: 1533-2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