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교육을 바꾼다!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교실은?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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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16:12
학교가 비슷하면 교실도 비슷해야 할까?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3) 아이들을 위한 교실 디자인 지도 사이트나 앱에서 항공지도를 띄워놓고 주거지를 보다보면 비슷하게 반복되는 빈 공터들이 눈에 띈다. 푸른 잔디 같은 색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 흙색을 띄고 있는 공터들은 학교 운동장이다. 그 운동장은 대부분 북쪽에 동서로 일자형이거나 H자 형, 혹은 ㄱ자형의 막대기 같은 건물을 갖고 있다. 바로 학교 건물이다. 언뜻 보기에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전국의 학교 교실과 복도의 크기는 대부분 거의 동일하다. 그런 교실들이 반복되어 줄지어 있는 형식이니 학교 전체의 모습도 유사하긴 하다. 학교가 비슷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교실도 다 비슷해야 할까? 항공지도에선 비슷해 보여도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며 보는 눈높이에서는 다를 수 있다. 지형이 다르고, 높이가 다르고, 주변 나무가, 배경의 산과 건물이 다르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은 학교라도 학생들이 걸으며 느끼는 공간감은 조금씩 다 다르다. 같은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학생이 누구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 물리적인 세팅이 완벽하게 동일한 가운데에 학교가 있더라도, 학생들은 그것을 혼자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선생님과 사건, 활동을 포함하여 대하기에 각자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깨어 있는 시간 중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곳, 그곳이 학교 그리고 교실이다. 그러니 학교는 집보다 더 중요하게 계획되어야 하며 교실은 우리집 거실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생들은 헬기로 이동하지 않는다 아무리 학교 건물 내에 있는 교실을 디자인한다고 해도 학교 안팎을 살펴야 한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등하교 하는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순간 이동을 하거나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그 교실로 딱 이동하는 게 아니라 집 앞 골목에서부터 수많은 장면들을 보고, 걷고, 느끼며 교실까지 오기 때문에 경험의 연장선상에 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교실을 학습활동을 담는 빈 배경으로만 생각한다면 군대 막사나 다름 없다. (요즘은 군대 막사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한옥의 공간감을 가진 교실 서울의 정릉동에 있는 정수초등학교는 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 주변의 동네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나온(실제 영화에 나온 집은 정릉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도심형 한옥 같은 주택들도 여전히 많고 ‘정릉’이라고 하는 문화 유산도 있어 전통의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학교 운동장에는 한옥 목조 구조와 기와 지붕을 가진 도서관이 세워졌다. 이런 동네와 학교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실이 2020년과 2022년에 새로 디자인되었다.
2020년에는 이 학교의 학생들과 건축가들은 전통 놀이 중 하나인 ‘칠교놀이’를 했다. 건축가들이 기획한 워크샵에서 칠교 조각들을 학생들 각자 자유롭게 구성해보며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을 탐색했다. 평면적인 칠교 구성이 3차원 공간으로 치환되고 기존의 일률적인 학교 구조 속에서 새로운 각도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같은 크기의 교실인데 각도만 조금 달라지고, 교실과 교실 사이를 넘나들 수 있게 가변적 문으로 연결했더니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아니 세계에서도 유일한 교실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교실보다 더 다양한 면이 만들어져서 활동의 종류에 따라서 가구 배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면을 정면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또 높낮이가 조금씩 다른 여러 공간이 생겨서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 속 교실이 따뜻하게 남아있도록 2022년에도 같은 학교 안의 교실을 디자인하게 된 건축가는 새로운 상황과 요청에 직면했다. 2년전에는 교실 내 학생수가 줄고 있었는데 그때 생긴 교실 영향으로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요즘같이 인구 감소 시대에 드문 상황인 것이다. 한옥의 분위기는 좋으나 이전처럼 교실 내에 다양한 활동의 여러 공간을 담기는 어렵다는 것. 그래서 건축가는 그 2년 전 만들어진 교실에서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후배들이 쓰게 될 새 교실을 위한 참여구상 워크샵을 진행했다. 효율성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과 다양한 활동을 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건축가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해법으로 따뜻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흔히 디자인하지 않고 남겨두는 천정과 벽, 조명을 활용하여 더욱 아늑한 느낌으로 기억에 남도록 했다. 기억속의 교실이 따뜻하게 남아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금은 덜어낼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교실은 미래를 상상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열심히 사는 곳이기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짓는 곳이기도 하다. 기억 속 교실이 좀 더 따뜻하게 남아있다면 미래의 어떤 어려움이나 힘듬도 조금은 덜어낼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