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의 첫 발을 내딛다
STOCKZERO
0
117
0
0
2021.06.02 14:10
모처럼 맑았던 지난 토요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의 환구단 유적을 찾았다. 120여 년 전 서구 열강의 위협 속에서도 '옛 것을 근본으로 새로운 것을 참조한다'라는 구본신참(舊本新參)의 정신으로 근대화를 이끌던 고종이 새로운 나라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서 천제를 지낸 곳이 ‘환구단'이다. 비록 천단인 환구단은 일제에 의해 일부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다행히 황궁우는 사적 제157호로 남아, 슬픈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환구단은 새 나라 ‘대한제국'의 시작을 국내외에 알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제단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원리에 따라 환구단은 원형으로 지었다. 환구단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머문 이래로 중국 사신들의 숙소나 연회장으로 사용한 ‘남별궁’ 터에 만들었다. 이는 중국 사신들을 맞이하는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세운 것과 같은 취지로 더 이상 중국의 제후국이 아닌 독립국의 위상을 표명한 것이다. 환구단 북쪽에 세운 황궁우는 대한제국 선포 2년 후인 1899년 천신과 지신 그리고 태조고황제의 신위를 모시고자 지은 것이다. 지금의 황궁우는 고층 빌딩 속에 숨겨져 있어 존재조차 잘 모른다.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은 예전에 필자가 그랬듯이 이곳을 호텔 정원으로 오해한다. 다행히도 근래에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록 소수이지만, 황궁우를 찾은 이들이 해설사로부터 황궁우와 대한제국의 역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슬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숨겨진 역사를 배우려는 어린이와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환구단 / 황궁우○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106 (소공동 87-1)
○ 운영시간 : 상시개방
○ 입장료 : 무료
○ 중구청 홈페이지
○ 문화재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