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집에서 듣는 특별한 수업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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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13:00
종로문화재단, 고희동 미술관서 '주민이 행복한 금요일' 진행서울시 산하 예술기관에서는 다양한 주민 예술 활동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참여 인원이 많은 경우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하지만, 몇몇은 소수 인원을 모집해서 현장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평소 손글씨 캘리그라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종로문화재단의 ‘주민이 행복한 금요일(원데이 클래스)’ 안내를 보고, 종로구립 고희동 미술관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강좌 신청을 했다. 화가가 직접 설계하고 41년 동안 가꾼 진정한 ‘화가의 집’고희동 미술관이 있는 원서동은 창덕궁 돈화문의 왼쪽 담장을 따라 쭉 올라가면 만나는 동네다. 대로를 따라 슬슬 가도 도보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고, 미술관 앞에 바로 정차하는 마을버스도 있어 접근성이 좋다. 빨간 벽돌로 담장을 두른 집 앞엔 ‘예술가의 집’임을 알려주는 설명판이 크게 세워져 있어 찾기 쉽다. 대문 앞 정겹게 놓인 몇 개의 계단을 밟고 안으로 들어서면 안마당 왼쪽으론 화가의 흉상, 오른쪽으론 화가의 집이 보인다. 이 집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고희동 화백이 1918년에 직접 설계해 1949년까지 41년동안 거주한 집으로, 전통한옥과 일본 가옥의 절충 형태가 인상적인 고택이다.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 1886-1965)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현재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된 이 가옥은 2000년대 초반 헐릴 위기였으나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나서서 보전한 후 2004년 등록문화재 제 84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2008년 종로구에서 부지를 매입하고 복원 보수 공사를 거쳐 2012년 11월에 개관했다. 2017년 등록명은 종로구립 고희동 미술자료관이었지만 2019년부터 종로문화재단이 위탁운영을 맡으면서 ‘종로구립 고희동 미술관’으로 운영 중이다. 내부는 사랑채, 화실, 안채, 안마당으로 이뤄졌다. 사랑방 옆에 화실을 따로 둔 것과 채와 채 사이를 오가기 편하도록 복도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고, 높낮이도 달라 다닐 때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걸을 때마다 오래된 마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그 울림이 싫지 않은 공간이다. 서예·캘리그라피·탁본을 한번에 배울 수 있는 기회원데이 클래스는 사랑채 내 화실에서 진행됐다. 10명의 신청자가 참여했고, 강사와 미술관 관계자가 보조로 함께 했다. 강좌 시작 전 방역 지침에 따라 손 소독, 열 체크 등을 진행했고, 각자의 자리엔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뒀다. 환기를 위해 공간을 개방했고, 식음료 금지 및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참여해 마음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과정은 학산 전우천 서예전문강사의 소개로 시작됐다. 경력이 풍부한 강사의 지도에 따라 붓 잡는 법, 먹 따르는 법, 농도 맞추는 법을 시작으로 선긋기 연습에 돌입했고, 참가자들도 열심히 연습지에 선을 내리그었다. 조금은 낯선 ‘서예’였는데 핵심만 콕 짚어 설명해주니 이해가 쉬웠다. 선 하나 긋는 것도 생각처럼 되진 않았지만, 수십년 공력을 전수해 주니 그만큼 귀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선긋기가 끝나고 각자가 원하는 문구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 ‘쓸 문장을 먼저 생각해 오면 좋다’는 사전 안내를 받은 터라 고심 끝에 10글자로 문구를 확정했다. 후에 보니 캘리그라피는 글이 앉혀지는 종이 여백의 비율, 필체의 굵기 변화, 농담의 변화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글자수가 적은 게 더 예쁜 것 같았다. 글씨이지만 그림으로 대해야 멋들어진 필체를 기대할 수 있다. 온 신경을 집중해 붓을 잡고 먹 냄새를 맡아가며 30여분 넘게 연습을 했다. 의도한 만큼 글씨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니 흐뭇해졌다. 참가자 중에는 금손도 여럿 있었다. 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생김새만큼 다른 필체에서 각각의 개성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수업에서 쓴 결과물은 참가자들이 최우수 작품상과 우수작품상을 선정했고 미술관에서 준비한 상품(도록)을 수여했다. 필자도 상품에 욕심을 냈었는데, 다 쓰고 나니 내 글씨가 가장 초라해 보여 마음을 일찍 접었다. 그래도 절대 좌절할 필요는 없다. 기술적인 숙련도의 차이일 뿐, 수업 자체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미술관 측에선 참가자 모두에게 미술관 아트 상품인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작품을 담을 수 있는 지통까지 줘 열심히 쓴 글이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도 없었다. 서예에 이어서 탁본 수업이 진행됐다. 준비된 틀을 놓고, 건탁과 습탁의 이론 설명을 들은 후 실제로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매주 금요일 11회차 진행, 접수신청은 전화로‘주민이 행복한 금요일’ 강의는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며, 총 11회차에 걸쳐 진행된다. 회당 선착순 10명씩 신청을 받는다. 참여를 원하면 고희동 미술관에 직접 전화로 예약하고 참가비 5,000원을 계좌로 입금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종로구민 우선 신청을 받은 후 우선접수 기간이 끝나면 타 지역 주민들도 신청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직접 참여해보니 2시간 동안 서예, 캘리크래피, 탁본의 핵심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고, 전문 도슨트가 해주는 미술관 설명까지 이어져 알찬 경험이었다. 적은 인원이 참여하니 강사의 피드백을 빠르게 바로 받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재료 등은 모두 미술관 측에서 준비하니 참여자는 생활방역 수칙만 잘 지켜 신청날짜에 참여하면 된다. ■ 고희동 미술관 2021 화실프로그램 '주민이 행복한 금요일'○ 기간 : 2021. 4. 9.(금) ~ 2021. 8. 27.(금) 10:00 ~ 12:00
○ 장소 : 종로구립 고희동 미술관(종로구 창덕궁5길 40)
○ 대상 : 성인 누구나, 선착순 10명
○ 참가비 : 5,000(부가비용 없음)
○ 홈페이지
○ 문의 및 신청 : 02-741-8149 (월요일 휴관)